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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랑 Oct 16. 2023

머물고 싶은 공간

고급스러운 분위기보단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분위기를 좋아하고

대형 카페보다 개인 카페를 좋아한다.

시간을 오래 보내거나 작업할 때는

일부러 대형카페를 가기도 하지만,

취향은 그렇다.


목 치유 중이라 여러 달 술을 마시지 않고 있지만, 옛 느낌이 그대로 베인 동동주 파는 전집이나 비밀스러운 작당모의 하기 적합한 장소를 좋아했다. 입구에 발을 들여놓기만 해도 느낌이 오는 장소가 있다. 이 집이 찐 맛집이로구나.


햇볕이 잘 드는 통창, 식물이 있는 공간에 가면 기분이 밝아지고

어둡고 은은한 조명에 진지한 이야기 나누기 딱인 공간에 가면 바깥세상보다 시간이 몇 배는 빠르게 흐르는 것 같다.

아니, 벌써 해가 졌어? 

아니, 벌써 해가 떴어?


얼마 전 도서관에 갔는데 시설이 너무 좋았다. 들어와 있는 것만으로도 맘이 편해졌다. 맘껏 다양한 이야기를 읽을 수 있고 무엇보다 안전한 장소. 그것도 무료로. 감사합니다. 아슈르바니팔.

(아슈르바니팔:최초의 도서관을 만든 사람)


답답한 공간에 머물수밖에 없을 땐

화장실이 가장 편한 장소이기도 했는데,

온전히 쉴 수 있는 나만의 휴식 장소를 꼭 찾아두곤 했다. 지금 머무는 공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편히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찾아보면 좋다. 어쩐지 걸을 때마다 기분이 나아지는 산책로, 좋은 음악이 나오는 휴게실, 귀퉁이 쪽 숨겨진 벤치 어디든. 잠깐 에너지 충전이 필요하면 아무래도 바깥 공기를 깊숙이 들이마시고 내쉬며 햇볕을 쬐는 게 좋다. 담배를 왜 피우는지 이해가 간다. 

이왕 안 피는 거 그냥 안 피는 거지 한 술 했던 것처럼 피게 되면 한 골초 할 것 같다.


고시원, 원룸방, 여러 연습실, 무대, 일터, 서점, 도서관, 자주 가던 카페 등 그곳에 있었던 순간들이 스쳐지나간다. 일상 속 쉼, 활력, 두근거림, 설렘, 두려움, 긴장, 편안함을 주었던.

머물고 싶은 공간에 머물 수 있다는 것은 참 감사한 일이다.


모든 존재가 안전하고 편안한 공간에 머물 수 있길 바란다. 따듯하고 포근한 공간, 특히 아이들이 그렇길 바란다. 세상이 두려움으로 채워진 공간이 아닌, 평화가 차오르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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