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종일 재회영상을 보며 시간을 보냈다. 몇 번의 이별을 거쳤지만 이별의 아픔은 익숙해지지 않는 것 같다. 그 아픔이 너무나 생생해서 이번에는 절대 치유되지 않을 거야, 평생 이 감정을 안고 살아가게 될 것 같다는 생각으로 괴롭고 겁도 나지만, 시간이 흐르면 하루하루를 보내고 나면 구름이 흩어지고 안개가 걷히듯 감정도 서서히 옅어져 간다. 어떤 인연이든 늘 배우는 것이 있었고 이번 만남도 내게 가르쳐준 것들이 많다. 내가 마주하지 않으려 했던 과거의 모습을 만나게 했고 늘 내 안에 살고 있는 외로움을 머금은 푸른 돌을 거둬내주었다.
내가 마주하지 않으려 했던 과거의 모습은 나 스스로를 마주하지 않으려고 외부 상황에 몰입하느라 건강을 해치는 행동이라던지, 알코올 중독, 타인의 인정을 구하는데 진 빼기 등이 있었는데 특히 사람을 잘 믿지 못하고 두려워하고 어떤 일을 하기 전 무기력함을 느끼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마주하면서 내가 과거에 스스로를 지켜주지 못했다고 느꼈기에 더 이해하고 싶었고 보듬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 사람의 삶은 나와는 전혀 다르고 많은 부분 나의 투사임을 알면서도 애틋함을 느꼈다.
일방적으로 가까이 다가가려는 나의 행동에 부담, 답답함을 느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서로의 속도가 다르면 충분히 그렇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속도가 있고 무언가를 배우고 깨닫게 되는 순간이 있다. 누군가 힘든 모습을 보는 것이 안타깝다고 대신 도와주며 그 순간을 앞당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저 말없이 믿고 기다리는 것이 더 힘이 될 수도 있다. 사실 상대방도 내가 슬프고 아픈 만큼 후폭풍이 오길 바랐다. 그래서 연락이 오길 기다리기도 했다. 그러면서 소소한 추억들이 떠올랐다. 거리를 두고 상대방을 보니 상대방의 외로움과 상처가 보였다. 앞으로의 삶에 대한 고민과 걱정 또한 있을 것이다. 각자 삶을 찾자는 말이 마음에 와닿았다. 내 삶의 주인은 나이고 다른 누가 대신해 줄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그 말을 곱씹으며 정말 나의 삶을 찾고 싶었다. 어릴 적 꿈, 내가 좋아했던 것들을 하나 둘 떠올려보게 되었다. 시간을 흘렀고 아픈 마음을 느껴주고 인정하면서 조금씩 소소한 활동을 해나갔다. 좋아하는 책을 읽고 운동도 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해보고 싶은 활동을 메모해두곤 했다.
그리고 오늘, 상대에 대한 미움, 분노의 감정을 억눌러왔다는 걸 알아차렸다. 갈등이 있을 때마다 내가 더 잘하지 못했던 것을 후회하고 자책했는데 사실은 나 또한 서운하고 상처받은 일들도 있었고 그럴 때마다 관계가 더 악화될까 봐 표현하지 못했다. 결국에 이렇게 될 거였다면 솔직하게 마음이라도 이야기해볼걸 싶었다. 그런 미움, 분노, 서운함 등의 감정을 느끼고 수용하고 나니 그 안에 있던 더 진솔한 감정을 만날 수 있었다. 고마움, 사랑스러움의 감정이었다. 아픈 마음을 오롯이 마주하고 나면 그제야 만날 수 있는 마음이었다. 마치 구름 너머에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태양과 별을 만날 수 있듯이.
그가 어디에 있든 누구와 함께이든 무엇을 하든 건강하고 평안하길 바란다. 서로 서툴렀던 모습들도 그대로 인정하며 그럼에도 아끼고 사랑을 주고받았던 순간들이 작은 힘이 되길 바란다. 그런 마음을 주고받았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용기를 내었다고 다독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