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고 싶어 했던

추억글쓰기, 합동글쓰기, 하나의 세계관 일곱 가지 이야기

by 무랑

누군가 바다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었는데, 마치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쓴 글 같았어. 바다가 주는 포근함, 따스함, 푸르름, 해 질 녘 물빛바다... 누가 언제 쓴 글인지 알 수 없지만 만나게 된다면 친근할 것 같은 느낌, 결이 비슷해서 처음 만나 차 한잔 마시며 이야기를 나눠도 편안할 것 같았어. 참 궁금했는데 그 글을 쓴 사람.

기억나? 별에 대해, 우주에 대해 쓴 글, 네가 너무 좋아해서 꼭 찾고 싶어 했잖아. 찾았어? 별을 좋아하던 너라서 그런가? 10년이 지나도 어떻게 넌 그대로인 것 같다. 지금처럼 웃는 표정도 웃음소리도 그때랑 똑같네. 아, 그리고 네가 쓴 글 읽었어. 블로그에 가끔가다 올라오더라. 난 네 글을 읽다 보면 어쩐지 맘이 편안해지더라. 툭툭 담백하고 편안하고 꾸밈이 없고. 올해 독립출판 생각도 있다는 글 보면서 내 일처럼 기쁘더라. 응원 댓글 달고 싶었는데 혹시라도 부담될까 봐 멀리서 응원하는 마음만 보냈어. 이렇게 만나서 얘기전하게 돼서 좋네. 반갑고.


내가 고등학생 때 연극반 선생님 좋아했던 얘기는 다들 기억할 것 같은데? 그땐 진짜 심각했는데. 그 선생님이 26살이었는데 내가 벌써 28이라니. 난 그때 선생님은 모르는 게 없다고 생각했어. 문자 하나 보내놓고 언제 답장오나 기다리고. 1년 가까이 짝사랑하던 중에 국어선생님하고 사귄다는 소문이 사실이라는 거 알고 나서 화장실에서 혼자 울었잖아. 하늘이 무너진다는 표현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니구나를 몸소 체험했잖아. 땅이 흔들리고 토할 것 같고. 그땐 그랬지. 나중에 2년 정도 지나고 선생님도 이별하고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르고 다니다가 몇 년 더 지나서 같은 연극배우 여자분과 결혼해서 잘 살고 계시더라고. 그냥 프로필 사진 보면 웃는 얼굴이 그때보다 안정되어 보이고 밝아 보여서 잘 살고 있는 것 같이 느껴졌어.


우리 같이 찍었던 사진, 내가 좋아했던 머리끈, 그때 주고받았던 편지, 내가 제일 좋아하는 문장을 적은 쪽지.. 어린 왕자, 빨간 머리 앤,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자기 앞의 생, 모모...


푸하하하, 맞다. 넌 돈 넣어놨었지? 타임캡슐에 돈 넣을 생각하는 사람은 흔치 않은데 그때도 웃겼는데 지금 보니까 재밌다. 마음이 몽글몽글하네. 뭔가 갑자기 뭉클하기도 하고. 시간은 흘렀는데 그렇게 오래 흐른 것 같지도 않아. 우리가 찾았던 작자미상의 그 글들 말이야. 우린 왜 그 사람들을 찾고 싶어 했을까? 우리가 정말 찾고 싶었던 게 뭘까 싶어. 지금은 난 그렇게 궁금하진 않거든. 그 사람들의 이름도 얼굴도. 그냥 스쳐 지나가면서 만났을 수도 있을 것 같아. 그 문장들이 왜 그렇게 와닿았을까. 시간이 흘러도 와닿았던 울림, 그걸 찾고 싶고 느끼고 싶은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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