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 후기
오징어게임 스포 있습니다. 스포주의!
오징어게임 성기훈이란 사람에 대해 좀 더 깊이 생각해보고 싶었다. 그의 생각과 행동, 더 정확히는 그의 생각과 행동을 이끌어낸 마음이 느껴졌던 것 같다.
오징어게임이 처음 나왔을 때 큰 신드롬을 일으켰지만, 당시에는 보지 않았다. 잔인한 장면을 보고 싶지 않았고 돈 때문에 죽고 죽이는 자극적인 스토리에 흥미가 없었다. 하지만 오징어게임에 대한 열풍은 쉽게 식을 줄 몰랐고 잔인한 장면은 스킵해 가며 보자는 마음으로 보기 시작했다. 예상대로 자극적이고 잔인한 장면도 많았지만 생각해 볼 만한 부분이 있었다. 여러 질문 중 하나는 ‘나였다면 어땠을까’였다.
오징어게임을 본 지인은 죽을 수도 있고 죽일 수도 있는 게임에 참여한 사람들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나는 당시에 이해할 수 없었다. 돈 때문에 사람을 죽일 수 있다고? 목숨을 걸 수 있다고? 지인은 삶이 죽음보다 고통스럽고 더 이상 물러설 자리가 없다고 믿는 사람은 그럴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뉴스만 봐도 돈 때문에 일어나는 사건들은 영화보다 더 잔인한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부모님도 돈 때문에 자주 다투셨고 어릴 땐 돈이 참 밉고 싫었다. 그래서 나는 돈이 많지 않아도 행복하게 살고 싶었고 그걸 부모님께도 보여드리고 싶었다. 예술활동을 하면서 물질적으로 부족함이 있었지만, 행복한 순간들이 많았다.
오징어게임에서 내가 본 성기훈도 돈이 다가 아닌 사람이었다. 다가 아닌 수준을 넘어서 순수한 사람이라고 느꼈다. 게임 내내 최대한 사람을 살리려는 모습, 그리고 누군가의 죽음에 괴로워하고 슬퍼하는 모습. 그가 죽을 고비를 수차례나 넘기고 상금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오징어게임을 하러 돌아온 이유는 사람 목숨값으로 얻은 돈을 사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에게는 양심이 있었다. 나만 잘 먹고 잘살면 된다라고 믿는 사람들은 이런 성기훈의 선택을 이해할 수 없다. 성기훈은 잔인한 게임을 끝내기 위해 다시 돌아간다.
절벽 앞에서 성기훈이 아기와 단둘이 남았을 때 지켜보는 자들은 성기훈이 아기를 던지고 최종 우승자가 될 거라고 예상한다. 하지만 성기훈은 아기를 살리기 위해 본인이 뛰어내린다. 성기훈도 사랑하는 가족이 있고 자녀가 있지만 차마 아기를 죽일 수는 없었던 거다. 그에게는 그도 어떻게 바꿀 수 없는 양심이 깊이 자리하고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성기훈의 선택을 이해할 수 없을지 모른다. 더 이상 희생자가 없도록 게임을 끝내기 위해 다시 죽을 수도 있는 곳에 제 발로 걸어 들어가서 싸우는 사람은 흔치 않다.
독립투사들의 마음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간절하게 지키고 싶은 것이 있다는 것, 독립투사들은 소수였다. 그런 사람들은 많지 않다. 그만큼 양심을 지키기 위해 희생하는 사람은 드물고 존경하는 마음이 든다. 사람들은 그런 사람을 무시하기도 한다. 그런다고 누가 알아주나, 바보 같다고 말한다. 나는 그런 바보 같은 사람이 좋다. 그냥 밑도 끝도 없이 응원하고 싶어진다. 성기훈 같은 선택을 하지 않은 사람을 비난할 마음은 없다. 죽음 앞에서 두렵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을까. 하지만 적어도 성기훈을 조롱하고 비난하는 사람보다 그의 선택을 안쓰럽고 숭고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이 늘어가길 바란다.
지키고 싶은 것을 지켜가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많은 사회가 더 따듯하지 않을까.
이런 사람들을 지켜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