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by 무랑

집에서 30분 정도 걸어가면 도착하는 식당에서 일한 지 4개월이 되어간다. 메뉴는 소바와 가락국수, 돈가스, 샐러드, 김치나베이고 예전에 김밥과 카레도 판매했다고 한다. 식당까지 걸어 다니다가 한창 더운 여름에는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아 비용이 아까워도 택시를 이용해서 오가곤 했다. 카페에서 일을 하다 카페 사정이 어려워지게 되면서 찾은 곳인데, 평일에 일하고 주말은 쉬는 곳에서 일을 하고 싶었는데 마침 시간대가 딱 맞았다. 집에서도 그리 멀지 않았다. 면접 본 다음날 바로 출근해 달라고 했다. 당장 생활비가 급했던 나에게는 희소식이었다. 30년 넘는 오래된 식당이었고 수십 개의 테이블이 있는데 다행히 주방팀 5명, 서빙팀 8~9명 정도로 직원들도 많아서 바쁜 타임에는 정신이 없지만 시간도 금방 가고 할 만하다고 생각했다.


10시부터 2시 반까지 피크타임에 일하는 거라 시간이 길지 않지만, 생활비가 충당되었고 점심을 제공해 주는 것도 감사했다. 처음에는 서빙 위주로 일을 하다가 몇 주 전부터는 카운터를 맡게 되었는데 한창 손님이 몰릴 때는 전화받기, 계산, 좌석안내까지 해야 해서 정말 쉽지 않았다. 지금까지도 손님이 몰릴 때면 정신이 혼미해지는데 도와주는 직원분 덕분에 무사히 고비를 넘기고 있다. 어서 오세요 인사부터 메뉴확인과 인사까지 말도 많이 해야 하고 특히 좌석 안내를 할 때는 홀 전체가 다 듣도록 소리를 쳐야 해서 며칠 만에 목에 통증이 생기기 시작했다. 성대결절로 고생했던 부위에 다시 통증이 느껴지자 두려움이 엄습했다. 설마 재발하는 거 아닐까. 하는 걱정되는 마음에 사장님께 말씀드렸고 지금은 확성기를 구매해 놓은 상태다. 물도 자주 마시며 차근히 새로 주어진 일에 적응하고 있다.


일을 마치면 바로 옆 카페에서 책을 읽기도 하고 생각을 끄적여보기도 한다. 열심히 땀 흘리고 일을 마친 뒤에 두유로 만든 발로나초콜릿라테를 마시며 카페에서 쉬는 시간이 편안하고 소중하게 느껴진다.


이제 더위도 한풀 꺾여가는 것 같아서 최근에는 다시 걸어 다니기 시작했는데 아직까지는 무더운 날씨다. 식당 일은 하루에도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일어난다. 재미난 동료들도 있고, 그런데 사실 이런 이야기를 풀어내기에 지금 글쓴이의 상태는 에너지가 바닥난 상태이다.


사실.. 연인과 이별한 지 일주일째이고 그 이유 중 하나가 내가 식당일을 한다는 것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내가 무슨 일을 하든 응원한다던 연인은 얼마 전부터 회사게 취직하는 게 어떻냐고 권했고 그 편이 나에게도 편한 거라고 했지만 내가 이일을 하는 것에 만족하지 못하는 느낌을 받았다. 결국 연인과의 이별 이유는 가치관 차이였지만 맞벌이를 같이 할 수 있는 여자를 만나고 싶다는 말이 내 가슴을 아프게 찔렀다. 돈을 안 벌겠다는 것도 아니었는데, 슬프고 서운한 마음도 들었지만 진심만으로 현실을 살 수 없다는 말에 나 또한 마음을 내려놓게 되었다. 물론 다른 이별의 이유들도 있다. 결국엔 있는 그대로 서로를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 같다.


내일도 일어나 아침을 간단히 먹고 씻고 준비를 마치고 식당을 향해 걸어가겠지. 도착하면 사모님과 이모가 인사를 받아주시고 주방에 있는 매니저님이 재료 손질을 하고 있을 거다. 예쁘고 진솔하게 이야기하는 성격이 매력인 동생이 시간 맞춰 들어오고 나는 유니폼을 갈아입고 포스기를 켜고 전화가 오면 예약손님을 받기 시작할 거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식당 일을 계속하게 될 것 같다. 하루하루 익숙하지만 새로운 날들의 시작이다. 날씨의 변화처럼 비가 오고 해가 뜨듯이 내 마음도 지금과 같지는 않겠지. 다시 밝게 웃는 날도 오고 불어오는 바람을 편안하게 느끼는 시간도 오겠지. 좋았던 시간을 그리워하는 지금의 시기도 결국에 지나간다는 걸 안다. 늘 그 순간이 다시 오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충분히 감사하지 못했던 걸 돌아본다.


그래도 나의 하루와 당신의 하루가 좋은 날들이길 바라본다. 삶의 이야기는 계속 이어질 거고 다시 따스함을 주고받는 순간들도 만나게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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