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by 무랑

2년 이상 언니와 함께 지내온 공간을 이제 곧 떠나야 한다. 빌라 3층 투룸에 같이 식사를 할 부엌 공간이 있는 둘이 살기에 딱 좋은 원룸이었다. 개인 공간이 확보되는 동시에 옆방에 인기척이 느껴져 허전하지 않았다. 어떤 변화는 갑자기 찾아오는 것처럼 보이는데 9월은 여러 가지로 큰 변화가 찾아왔다. 이별을 극복하고 치유하는 과정에 있는 와중에 언니는 면접에 합격하게 돼서 급하게 타지로 가게 되었다. 급하게 방을 구해 언니 먼저 이사를 가게 됐다. 함께 짐정리를 하고 이사를 도왔다.

언니가 가고 나서 방에서 쉬고 있으니 편안함도 잠시 혼자라는 생각이 더 크게 물밀듯 밀려왔다. 늘 옆방에서 들려오던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 이상했다. 텅 빈 공간에 쓸쓸함을 느꼈다. 부동산 사장님과 이곳저곳을 돌면서 혼자 살기 괜찮은 원룸 방을 구했다.

지금 살고 있던 곳은 마트도 가깝고 근처에 자상한 사장님이 운영하시는 맛있는 빵이 가득한 빵집도 있고 작은 도서관과 멀지 않은 곳에 산책로도 있어서 여러모로 지내기 편하고 동네에 정도 들었다. 이곳을 떠나려니 아쉽기도 하고 새로운 곳에서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갈까 궁금하기도 하다.

공간에는 기억들이 서려있다. 누군가와 함께 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 순간도 소중하다는 걸 알았지만 역시나 순간은 흘러가고 어렴풋한 느낌으로 남아있다. 따듯함, 슬픔, 그리움 등으로...

다시 돌아가도 같은 선택을 하게 되겠지. 당시에 나로서는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믿어본다. 마주해야 할 감정들을 오롯이 마주하고 지나 보낸다. 삶이 내게 주는 것들 중 때론 너무 버겁게 느껴지는 순간조차도 가만히 느껴본다. 두렵고, 무서운, 슬프고, 비참한.. 모든 감정은 결국엔 거짓말처럼 안개가 걷히듯 지나가고 새로운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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