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트 없이 만나는 엄마

2023.4.28.

by 하얀밤


엄마는 오랜만에 온 동생과 조카를 위해

한우 불고기를 만들고

구수한 미역국을 준비했다.


엄마 가까이 살지만

엄마 도움 없이 아이를 키운 지

만 5년이 된 나는

오랜만에 온 동생 덕분에

오랜만에 엄마가 만든 음식을 먹었다.


우리 아이들이 매일 내 음식에서 난다던

외할머니 음식맛.

미우나 고우나 엄마랑 살면서

엄마맛이 나한테 베었다.


엄마맛을 꼭꼭 씹어

내 몸의 일부로 만들면서

엄마를 또 한 번 그저 '엄마인 사람'으로 받아들인다.


프로이트를 데리고 오면

세상 모든 엄마는 죄인이 된다.

나는 프로이트를 떠나보내면서

진정으로 엄마를

엄마로 보게 되었다.


엄마로 인해 나에게 남은 상처는 없다.

엄마도 엄마답게 살기 위해 노력한 것일 뿐.

내가 받았다고 믿었던 상처는

내 믿음에 의한 결과였을 뿐.

육체는 어른이 되었는데도

유아처럼 엄마의 보살핌을 받으려 한

내가 초래한 결과였을 뿐.


엄마는 잘못이 없다.


나에게 더 이상 상처를 주지 않고

상처를 줄 수도 없는 엄마는

나를 낳아준 그저 고마운 사람으로서

정성스레 밥상을 차렸다.


한 주를 보내고 피곤했던 딸은

엄마 덕에 한 끼를 해결해서 좋았고

엄마는 자신이 만든 음식을 폭폭 떠먹는

딸과 손자 손녀를 보는 것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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