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무영 <최무영 교수의 물리학 강의>'를 읽고
구성원이 많으면 그 사이의 상호작용 때문에 구성원 전체, 흔히 '계'라 지칭하는 대상에 집단성질이 생깁니다. 여러 구성원들이 서로 협동해서 생겨난다는 뜻에서 협동현상이라 부르며, 구성원 하나하나와는 관계없는 집단성질이 생겨나므로 이를 '떠오름'이라고 부르지요. 요즘은 '창발(創發)'이라는 한자어도 쓰더군요.
- 최무영 <최무영 교수의 물리학 강의> p80
그러면 협동현상의 가장 궁극적인 떠오름이 뭘까요? 나는 생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생명현상을 보이는 기본단위가 무엇인지는 어려운 문제지만 간단히 세포를 생각해 보지요. 세포는 여러 분자로 이뤄져 있습니다. 물과 흰자질(단백질)을 비롯해서 지질, 탄수화물, 무기물 등 여러 가지로 구성되어 있는데, 명백하게도 이러한 분자 하나하나에는 생명이란 없습니다. 그저 분자일 뿐인데 그런 분자들이 많이 모여 세포라는 집단을 만들면 그들의 상호작용, 곧 협동현상을 통해서 놀라운 생명현상이 떠오릅니다. 참으로 놀랍고 신비로운 일로서, 떠오름 현상의 궁극적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최무영 <최무영 교수의 물리학 강의> p81
분자 하나하나의 운동은 완전히 시간 되짚기 대칭이 있는데 전체로 보면 시간 되짚기 대칭이 깨지는 겁니다. 결국 전체의 현상이 분자 등 구성원 하나하나의 상황과는 다르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구성원 하나하나를 이해한다고 해서 전체를 이해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여기에서도 여실히 나타납니다. 이는 열역학 둘째 법칙과 직결되는 문제인데, 이른바 시간화살이라고 표현합니다. 시간이 화살처럼 한쪽 방향으로 날아간다는 의미지요.
- 최무영 <최무영 교수의 물리학 강의> p147
(고전) 물리학이 완성되었다고 생각한 19세기말에서 20세기 초반에 들어오면서 고전물리학 자체 모순에서 비롯한 심각한 문제가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앞서 지적했듯이 이것은 역사적으로 당시 시대정신하고 묘한 상관관계가 있는 듯합니다. 이른바 쿤의 관점에 따르면, 변칙 또는 비정상성이 급격하게 쌓여 결국 패러다임의 전환, 과학혁명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20세기 초에 과학혁명이 시작해서 유명한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으로 패러다임의 전환이 일어나게 됩니다.
- 최무영 <최무영 교수의 물리학 강의> p171
'결정'이란 말에는 질서가 전제되어 있는데, 놀랍게도 이러한 '질서'에서도 '혼돈'이 나올 수 있습니다. 당구대도 흔들이도 운동이 결정되어 있지만 혼돈스러울 수 있지요. 이러한 성격을 강조하기 위해 '결정론적 혼돈'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이런 걸로 미루어 보면 질서와 혼돈은 단순히 서로 반대 개념이 아니라고 짐작할 수 있지요. 서로 맞물려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 최무영 <최무영 교수의 물리학 강의> p296
별이란 참 격렬하게 삽니다. 그런데 왜 그럴까요? 고통스럽게 태어나서 찬란하게 살다가 왜 이렇게 격렬하게 죽음을 맞이해야 합니까? 별 사이 물질로 그냥 남아 있지, 왜 태어나서 존재의 번거로움을 겪을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사실 인간도 마찬가지지요. 그냥 먼지로 남아 있지, 왜 굳이 태어나서 존재의 고통을 느끼며 살아야 하나요? 별의 삶은 우리에게 여러 가지를 느끼게 합니다. 사실 별이 이렇게 격렬하게 사는 것은 우리와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우리가 존재하는 데 필요한 무거운 원소들은 바로 별이 공급해 줍니다. 그러니 우리는 결국 별 때문에 존재할 수 있는 거지요. 우리 몸을 구성하는 원소 중에 가장 많은 것이 산소, 그다음에 탄소, 수소, 질소, 칼슘 같은 것들입니다. 참 특수하지요.
이러한 무거운 원소들은 원래 우주에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생겨났는가? 순전히 별이 만들어 준 겁니다. 그러나 별이 이렇게 존재의 고통과 번거로움을 마다하지 않고 격렬하게 살다 간 것이 우리를 위해서인 듯하네요. 별 때문에 우리가 태어나서 살 수 있는 겁니다. 반대로 보면 유감스럽네요. 별이 없었으면 우리도 존재의 번거로움과 괴로움이 없었을 텐데 말이지요. 그러나 여러분의 모든 걱정, 근심과 괴로움이 있으면 저 별들에게 책임을 물어봐요.
- 최무영 <최무영 교수의 물리학 강의> p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