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의 멤버 두 명이 입대를 하고 남은 멤버들은 각자의 개성을 살린 개인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는 요즘입니다. 바쁜 일상 중에서도 'BTS'를 키워드로 한 뉴스는 꾸준히 체크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시작부터 현재까지, 모든 순간에서 영감을 받고 있기 때문에 뉴스를 체크한다는 거창한 말을 붙이기보다는 '항상 그렇듯 함께 한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지 모르겠습니다.
얼마 전 공개된 Agust D(슈가)의 'AMYGDALA'의 뮤비는 며칠째 저를 강렬하게 사로잡고 있습니다.
제목인 'AMYGDALA'라는 낯선 영어 단어는 '편도체'를 의미합니다. '편도체'를 검색해 보니 '변연계(limbic system)에 속하는 구조의 일부로서 동기, 학습, 감정과 관련된 정보를 처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라고 나오네요. 아몬드 같이 생겼다고 하는, 손원평 작가의 <아몬드> 소설로 유명해진 부위이죠.
감정과 관련된 부위가 제목에 붙은 이유는 특정 사건에 대한 감정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인 듯합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트라우마'와 연관이 있지요.
슈가는 가난했던 시간에 대해 자주 이야기 했었습니다. 자장면이 너무 먹고 싶었으나 자장면을 사 먹으면 버스를 못 타서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던 일화는 팬들 사이에 유명합니다. 어릴 때부터 작곡을 했었으나 사기꾼들에게 곡을 빼앗기기도 했었다고도 하고요.
뮤비 속 그는 성공한 가수가 되어서도 편안하지 못한 자세로 소파에 누워 아픈 기억들로부터벗어나지 못합니다.그중에서도 연습생 시절,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당한 오토바이가 사고가 가장 많이 반복되는 걸 보면 그 사건이 가난으로 인한 고통의 최정점으로 그에게 작용했음을 짐작하게 합니다. 실제로 어깨 부상을 제대로 치료받지도 못하고 강도 높기로 소문난 BTS의 안무를 소화하다가 통증이 심해져서 8년 만에 수술을 받기도 했었죠.
이 외에도 그는 이 곡에서자신의 어두운 기억들을 가감 없이 보여줍니다.
마치 토해내듯이.
이렇게 해야만 내가 살 수 있다는 듯이.
보는 이는 이 장면을 그저 맞닥뜨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가 살아오며 그랬던 것처럼요.
빠르게 지나가는 장면들이 바늘처럼 아프게 다가옵니다. 제 기억과 닮은장면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부모의 투병, 학창 시절의 외로움, 어떻게 해도 벗어날 수 없는 것 같은 가난.
저처럼 무명한 사람도 자신의 경험을 있는 그대로 밝히기 힘든데 차마 입 밖으로 꺼내기 힘든 기억들을 유명의 정점에 이른 그가 마구 쏟아냅니다.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했을까요.
아마 그는 아는 것 같습니다. 자신의 어떤 모습이든 조건 없이 사랑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요. 그리고 솔직한 면을 보여주면 줄수록 사랑이 더 끈끈해지리라는 것도요.
과거와 과감히 마주한 그에게 작은 기적이 일어납니다. 무기력하게 빗길에 쓰러질 운명이었던 오토바이 배달 기사가 운명을 거슬러 아프지 않은 몸으로 누군가를 향해 달려갑니다.
누군가를 구하기 위해서요.
바로 명예와 부를 얻었지만 여전히 과거의 기억에서 고통을 느끼는 '현재의 그'입니다.
문 뒤에 있을 현재의 그를 향해 소리를 지르고 문을 두드립니다. 문고리를 세게 잡아당겨 보지만 문은 꿈쩍하지 않습니다. 힘을 찾은 과거의 그는 현재의 그를 만나러 한달음에 올만큼 강합니다. 그러나 현재의 그에겐 문 너머 과거의 자신에게 닿을 힘이 아직 부족합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기어서라도 문 가까이 가려 합니다.
문이 활짝 열리고 두 사람이 만나는 것으로 뮤비가 끝나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현재의 그가 기운을 찾는 데는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문 하나를 사이에 둔 둘이 언젠가는 만날 거란 확신이 듭니다.
어쩌면 현재의 자신을 받아들이고 이해한 미래의 그가 문을 열어줄지도 모릅니다.
BTS의 음악과 뮤직비디오는 언제나 진심을 담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기분을 느끼게 하죠. 'Amygdala'도 그 중 하나입니다.
이번 곡은 큰 부와 명예가 마음의 아픔을 치유하는 것과 별개임을 깨닫게 해 줍니다. 세상 그 누구든 마음의 아픔에서 벗어나려면 자신에 대해 알고 받아들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요. 자기 이해가 수반되지 못한다면 사회적인 지위는 나에게 맞지 않는 무거운 가면일 뿐입니다.
자기 이해를 위해서는 표현을 해야 합니다. 과감하게 자신을 표현한 슈가가 과거의 자신에게 힘을 불어넣어 현재의 자신에게 달려올 만큼 강하게 만들었듯이 글을 쓰는 사람도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한 내 모습을 표현하고, 공감을 얻으면서 내 경험이 타인과 공유되는 걸 느낄 때 거기서부터 긍정적인 자기 이해가 시작됩니다. 나라는 사람도 살만한 사람이다, 살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라는 걸 확인받게 되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