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 메르코글리아노 <가만히 있지 못하는 아이들>'을 읽고
브라이언이 리탈린을 끔찍이 싫어한 가장 큰 이유는 약효가 떨어지면서 나타나는 현상 때문이었다.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하루 종일 간신히 억눌렀던 흥분이 화산처럼 폭발해서 방방 뛰며 집 안을 뒤집어놓았고, 날씨가 좋을 때는 온 동네를 헤집고 다니다가 저녁 먹을 시간에야 들어와서 밥도 깔짝거리며 잘 먹지 못했다. 리탈린을 먹기 시작한 이후로 하루종일 속이 메스꺼워서 밥을 제대로 먹지 못했다고 한다. 밥맛이 싹 없어진 것이다.
하지만 리탈린이 브라이언에게 미친 가장 큰 영향은 육체적인 것이 아니었다. 브라이언은 또래와 달라 보이는 것이 두려운 한참 민감한 나이였다. 그런 아이에게는 리탈린을 먹는다는 것 자체가 자신이 다른 아이들과 다르다는 증거였던 것이다. 친구들과 다르게 나는 어딘가 이상하다는 뜻이었고, 브라이언의 표현을 빌리자면 혼자 "병신"이 된 것이다. 브라이언은 결국 자신을 싫어하는 아이로 변하고 말았다.
-크리스 메르코글리아노 <가만히 있지 못하는 아이들> p112
「사이언스 뉴스」에 짧게 요약되어 실린 조사결과에 따르면, 리탈린을 먹는 아이들은 스스로를 '나쁜 아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 결과, 아이들은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고, 어떤 아이는 그 상처가 심각했다. 아이들은 많은 경우 자신의 행동에 대해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좋은 알약'을 먹어야만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자녀에게 리탈린을 먹이는 부모는 가정불화에 대처하는 것을 피하고 자녀의 행동 이면에 있는 감정을 무시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들은 자녀의 문제 되는 행동을 약물이 고쳐줄 것이라 기대했다.
젠슨은 조사결과에 대한 또 다른 보고서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실 주의력결핍장애로 추정하고 진단을 내리게 되면, 아이의 역기능적 행동과 괴로움에 일조하거나 이를 더 악화시키는 요인들을 더 이상 살피지 않게 되는 경향이 있다."
-크리스 메르코글리아노 <가만히 있지 못하는 아이들> p117
내가 이 책을 쓰게 된 가장 중요한 목적은 모든 아이들이 자기만의 사연이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사연은 타고난 기질, 성별과 인종과 사회계급, 부모의 태도와 신념, 보육 및 교육 기관, 아이를 둘러싼 문화 등등 각기 다른 여러 요소로 구성된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다. 아이가 자기를 억압하거나 자기의 욕구를 외면하는 환경에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더라도, 그 고통의 원인은 어느 한 가지 요소에서 찾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원인은 오직 그 아이의 사연을 부분이 아닌 전체로 이해해야만 보일 것이다. 무엇이 잘못됐는지, 또 무엇이 부족한지를 보여주는 신호는 마치 꿈속의 이미지처럼 아이의 사연 속에 암호화되어 있다.
-크리스 메르코글리아노 <가만히 있지 못하는 아이들> p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