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사람이 읽을 수 있는 글을 쓰기 위해

'짐 밴더하이 외 <스마트 브레비티>'를 읽고

by 하얀밤


하루 중 약 16시간을 깨어 있습니다.

1시간 조금 넘는 시간을 출퇴근하는 데 사용하고, 8시간 동안 직장에서 일을 합니다. 5시간 정도 집안일을 하고, 약 한 시간 동안 화장과 샤워 등의 몸 가꾸기를 합니다.

1시간 정도가 남네요. 이 1시간도 연속되지 않고 일과 중에 분산되어 있습니다.


언제 진득하게 앉아 읽고 쓸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지금의 제 여건으로는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직장을 다니고, 아직 손이 많이 가는 초딩을 둘이나 키우고, 남편의 퇴근이 늦어 가사도 대부분 제가 합니다.

기상 시간을 한 시간 앞당겨 새벽시간을 오롯이 혼자 보내는 것이 가장 좋긴 했지만, 졸음운전 위험이 있었습니다. 신호 받을 때마다 커피를 마시고, 창문도 열어봤으나 수면 부족으로 오는 졸음을 이기기 쉽지 않았습니다. 피로가 누적되니 업무 효율도 떨어졌습니다.


브런치를 통해 알게 된 작가님들의 글을 읽을 시간도 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수려한 문장과 고심해서 담은 마음들을 허투루 읽을 수가 없어서 시간이 날 때마다 읽었습니다. 주차하고 올라오면서, 주문한 음식을 기다리면서,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면서 읽었습니다.

하루 일과가 끝나가는 밤 10시 즈음 흐려진 눈 앞을 부유하는 단어들을 보다가


문득 생각했습니다.


바쁜 사람이 나뿐일까?



이 생각은

'바쁜 사람들은 어떻게 읽으며 지낼까?'라는

의문으로 이어졌고,

'나처럼 바쁜 사람들을 위해 글을 간결하게 써야겠다.'라는

결론으로 이어졌습니다.


<오늘 단상>이라는, 하루를 마무리하는 글을 매일 쓰면서 이를 실천하려 애썼습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이 한 문단이라면, 한 문장으로 줄였습니다. 문장 속에서도 단어를 가지치기했습니다. 문장은 구절별로 줄 바꿈 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우리말을 전공한 저에겐 쓰기도 읽기도 불편한 글이었습니다. 시도 아닌, 에세이도 아닌 돌연변이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목적이 있었기에 당위성을 부여할 수 있었습니다. 짧은 글 속에 생각을 꾹꾹 눌러 담은, 읽고 쓸 시간이 부족한 사람에겐 최적의 형태라 생각했습니다.


이때, 운명처럼 만난 책이

<스마트 브레비티>입니다.


시선 추적 연구에 따르면, 우리는 하나의 콘텐츠를 읽는 데에 평균 26초를 쓴다.

- 짐 밴더하이 外 <스마트 브레비티> p10

펼치자마자,

이 문구에 뼈 맞는 느낌을 받았고요.


웹이 등장했다.
데이터는 ···(중략)··· 어이없는 방식으로 겸손하게 만들었다.
우리가 쓴 단어의 대부분은 사람들에게 읽히지 않았다.

- 짐 밴더하이 外 <스마트 브레비티> p50


진실로 겸손해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쓰기를 계속한다면,

글을 쓰는 목적을 분명히 할 수밖에 없습니다.


당신은,

왜 쓰나요?

일기장이 아닌, 공개적인 플랫폼에

왜 글을 쓰나요?


저는,

제 생각을 나누기 위해 씁니다.

마흔 중반이라는 적다면 적고, 많다면 많은 이 나이의 제가 어떤 혼란을 겪고 있고, 어떤 깨달음을 얻었는지를 공감받고 나누기 위해 씁니다.

이것이 제 글쓰기의 목적입니다.


목적을 알았다면

'어떤 글을 쓸 것인가?'에 답해야 합니다.


힌트를 이 책에서 얻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또한 단순히 짧게 쓰는 것만을 목표로 하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솔직하고, 쓸모가 있으며, 시간을 절약하는 문장을 씀으로써 여러분의 글에 생명을 불어넣고 장점을 늘릴 수 있다.
중요한 사실이나 뉘앙스를 생략하지 말고, 지나치게 단순화하지 말아야 한다.

"짧게, 하지만 얕지 않게."

- 짐 밴더하이 外 <스마트 브레비티> p24


이제는 웹이라는 플랫폼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웹은 진득한 독자를 위한 공간이 되기 어렵습니다. 또한, 웹에 익숙해진 독자는 긴 호흡의 글을 읽기 힘들어합니다.

짧지만 얕지 않게 써야 합니다.

'선명하고 또렷한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이는 독자를 위한 배려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짧고 선명하게 쓸 수 있을까요?

이 또한 책을 통해 유추할 수 있습니다.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대상의 모습을 머릿속으로 그려 보자.
한 명의 개인이라면 쉽게 그릴 수 있을 것이고,
집단이라면 그들의 구체적인 이름, 얼굴, 직업까지 상상해 보자.

- 짐 밴더하이 外 <스마트 브레비티> p60
인터뷰를 하거나 사건을 취재한 후
편집자나 룸메이트 또는 연인에게 전화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해 보라.
그게 여러분의 첫 문장이다. 언. 제. 나.

- 짐 밴더하이 外 <스마트 브레비티> p97
낭비할 시간이 없는 엘리베이터에서 그들에게 이야기하고 있다고 상상하라.
만약 그들이 문밖으로 나가려 한다면, 잊지 않기를 바라며 뭐라고 외칠 것인가?
그게 우리의 첫 문장이다.

- 짐 밴더하이 外 <스마트 브레비티> p99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사람의 뒤통수에 외치는 문장이라니!

상황 비유가 너무 찰떡같지 않나요.


글을 쓰기 시작하면 단어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쏟아져 나옵니다. 나 혼자 읽을 글인지, 누군가에게 읽히기 위한 글인지 목적을 잃어버립니다.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 '독자'입니다.


저는 '저 같은' 사람을 상상합니다.

이성과 감성의 혼재에 괴로워하는, 너무나 예민하면서도 동시에 너무나 냉정한, 사람들이 흔히 '또라이'라고 하는 사람을 상상합니다. 맡은 일을 꼼꼼하게 해내어 남들이 잘한다고 칭찬해도 스스로 부족하다고 자책하는 사람을 상상합니다. 굳이 내 마음을 말로 해야 아냐는 눈빛을 보내는 사람을 상상합니다.


앞에 선 그 혹은 그녀에게 툭, 말을 던집니다.

그 말이 첫 문장이 됩니다.


저는 앞으로도 그 혹은 그녀를 위해,

짧고 선명한 글을 쓰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이 책을 읽은 후에

생각할 거리들을 메모한 것을 그대로 붙여볼게요.


▶ 소설 또한 웹을 기반으로 하면 다이어트해야 하는 걸까?
▶ 긴 호흡의 글을 읽지 못하는 현대인에겐 이전의 글쓰기가 어느 매체에서든 통하지 않는 걸까?
▶ 책을 진득하게 보고 앉아있기 힘든 환경 : 쉽게 접할 수 있는 자극적인 영상들. 이걸 책이 이길 수 있을까?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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