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고한 자의 눈부신 아우라

'세이노'의 <세이노의 가르침>을 읽고

by 하얀밤


저는 베스트셀러를 잘 읽지 않습니다. 말 그대로 '셀러'이기 때문에 판매부수가 많은 것이 양질의 책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베스트셀러보다 숨어있는 보석을 캐는 기쁨을 주는 책들을 좋아했습니다.


<세이노의 가르침>이 베스트셀러였기에 제 눈에 띈 것은 맞습니다. 밀리의 서재 홈화면에 머무르는 시간이 넷플리스 홈화면에 머무르는 시간과 비례해질 즈음, '~의 가르침'이란 제목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기에 제목에 '가르침'이라는 말을 썼냐 싶었죠.


책을 다운로드하여 앞부분을 읽어보고는 세이노라는 사람이 일본인이 아니라는 사실에 한 번 놀랐습니다. 세이노는 SayNo라는 필명이며, 그가 인터넷에 올렸던 글에서 감명을 받은 사람들이 그의 글을 인쇄해서 보다가 결국 책으로 출판하기에 이르렀다는 것에 두 번 놀랐습니다.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는 이 책을 읽게 것을 행운이라 생각합니다. 거침없는 문체에 혼자서 키득거리다가 가족들로부터 이상한 눈치를 받기도 했습니다. 냉장고에서 갓 꺼낸 시원한 사이다 같은 욕설과 가끔은 거부반응도 불러일으키는 그의 확고한 생각에 점점 빠져들어 결국 구매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책값이 너무 저렴한 것에 세 번 놀랐습니다.


그가 거대한 자산가였기에 그의 말에 사람들이 더 관심을 가졌을 수도 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거대한 부=큰 성공'이라는 공식이 확고하니까요. 그가 부자가 아니었다면 아무리 좋은 글을 많이 써놓은 들 이만큼 관심을 끌 수 있었을까요. 이 부분을 결코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그의 글 속에는 돈 버는 방법보다는 삶에 대한 태도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입니다. 그는 책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돈은 내 인생의 자존심을 세우는 데 필요한 것이었고, 수없이 넘어지면서 그저 게임의 방법을 체득하여 획득하였을 뿐이며 그 비결은 세상 사람들이 최고로 여기는 그런 것들을 하찮게 여기는 데 있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 세이노 <세이노의 가르침> p672


이런 진심이 느껴지니 이 책을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가 바로 말로만 듣던 '돈을 목적으로 산 것이 아니라 자신답게 살기 위해 피 튀기듯 노력하다 보니 돈을 많이 가지게 된 사람'이었습니다. 세이노가 돈을 좇은 것이 아니라 돈이 세이노를 좇아온 것이지요. 자기답게 사는 이가 남들 눈치 보지 않고 마구 내뿜는 에너지와 아우라가 너무나 눈부시고 멋있었습니다.


글 속에 흐르는 고생한 사람만이 아는 것에도 공감하고 위로를 많이 받았습니다. 저도 고생이라면 남에게 지지 않으니까요. 동시에 반성도 많이 했습니다. 고생만 하고 노력을 덜 하고 있구나, 싶어서요.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에서 저자 구본형은 하루를 22시간으로 여기고 2시간은 자기 계발을 위한 시간으로 삼으라고 권한다. 나는 평균 5시간을 그렇게 사용해 왔다.

- 세이노 <세이노의 가르침> p696


시간을 절약하여 쓴다는 생각을 고3 이후로 해 본 적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대입만큼 확고한 목표와 간절함이 없기 때문일까요. 무식할 정도로 달리던 그 느낌이 그립습니다.


저에게 마흔이라는 나이는 큰 분수령이었습니다. 인생을 한 번 정리하고 가야 하는 시기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마흔에 접어들면서부터 부모, 아내, 직장인으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 지에 대해 집요할 정도로 고민을 했습니다.


제 고민의 결론은 '정체되기 싫다'입니다. 갓 고민을 끝냈을 때는 세이노처럼 '피 튀기듯'까지는 아니지만 침 튀기며 열심히 살았습니다. 덕분에 직장에서 중간관리자 역할도 맡게 되어 잘한다는 소리도 듣고, 가정에서도 제 역할과 한계를 분명히 하면서 스트레스를 덜 받게 되었습니다.


이런 삶이 또 몇 년 지속되어 살짝, 안일해지려는 시기에 이 책이 저에게 왔습니다. 하루가 25시간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은 해봤는데 하루를 22시간이라 여기고 자기 계발을 한다는 발상은 해보지 못했습니다. 세이노처럼 5시간까지는 아니라도 1시간 정도는 하루 중 없는 시간을 덤으로 받았다 생각하고 사용해 볼까 합니다.


"오늘은 당신에게 남아 있는 생의 첫날이다."
- 세이노 <세이노의 가르침> p697


이 부분에 줄을 그으며 혼자 피식, 웃었습니다. '고3도 아니고, 왜 이런 데 줄을 긋고 있지'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제가 다시 고3의 간절함을 가지려는 걸까요. 이럴 때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다들 아시겠지만 '작심삼일'입니다. 중년이 되니 철이 좀 들어서 그런가 3일은 더 갑니다. '작심 한 달'을 경계해야 합니다. 아직 한 달이 안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잊으면 안 되는 것,

이 책의 내용은 '세이노의 방법'이라는 것입니다. 배우고 본보기로 삼을 내용이 많지만 이 모든 것은 세이노의 것입니다. 저는 이제 저만의 방법을 찾아야 됩니다. 세이노와 똑같이 하면 세이노도 못 될뿐더러 저답게도 살 수 없습니다.


나는 나를 죽이고 싶을 정도로 내 삶의 주인이 되고 싶었다.
- 세이노 <세이노의 가르침> p27

당신 자신을 당신이 사랑할 수 있는 사람으로 조금씩 바꿔 나가라.
- 세이노 <세이노의 가르침> p30


저는 '죽이고 싶을 정도로' 주인이 되고 싶은 마음에 공감합니다. 저도 제가 왜 사는지 모르겠다고 느꼈을 때 죽고 싶었습니다. 사람은 돈이 없을 때도, 명예가 실추되었을 때도 죽고 싶어지지 않습니다. 자기가 왜 사는지 자기가 모를 때 죽고 싶어 집니다.


제가 매일 '내가 사는 이유'를 찾는 까닭도 그 때문입니다. 스스로를 버리고 싶었던 그때의 느낌이 지금도 너무나 생생하고 진절머리 나도록 싫기 때문에 궤도에 오른 지금 더 달리고 싶습니다. 제가 오른 궤도의 목표는 '나답게 잘 살아서 다른 사람에게 선향 영향을 미치는 것'입니다.


세이노 작가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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