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코 잃고 싶지 않은 '처음'

2023.6.4.

by 하얀밤


선명한 황색 실선 두 줄을

힘차게 가로질러 유턴할 때,

음질 나쁜 스피커를 통과한 목소리를

얼핏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어릴 적 우리 동네

화장지 팔러 오던 아저씨 목소리 같던

야채트럭 아저씨 목소리 같던.


추억을 털고

액셀을 밟았다.

목적지는 마트였다.


축구공만 한 시야를

얼굴 높이에 고정하고

전진했다.


추억 속 아저씨 목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추억이 아니었다.

빨간불 파란불이 일렁이는 경찰차가

내 뒤에 따라붙고 있었다.


"멈추세요. 멈추세요."


차창을 내리는 버튼을 못 찾아

경찰을 한동안 밖에 세워뒀다.


"선생님, 그렇게 불법 유턴을 하면 어떡합니까."


왜 나를 선생님이라 부르는지

너무 궁금했지만

물으면 안 될 것 같았다.


오늘 처음 혼자 운전해서 나왔어요,

우리 동네 사람들이 거기서 유턴을 많이 해서

정말로 되는 줄 알았어요, 하고

진심을 전달했는데

통하지 않았다.


면허 따고 처음으로

혼자 운전대를 잡고

겨우 600m 달린 날에

벌점 30점을 먹고

벌금 6만 원을 부과받았다.


울먹이면서도

주차까지 성공했던

나의 첫 드라이빙.

지금의 운전실력을 있게 해 준

소중한 내 처음.


내 '처음'들은 이렇듯 언제나 형편없다.

형편없는 '처음'들이

노련함으로 바뀌는 과정을 사랑한다.


'처음'을 시도하는 용기를

평생 잃고 싶지 않다.






매거진의 이전글'또라이'지만 잘 사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