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물쇠가 뜯어진 일기장이
방바닥에 나뒹굴던
열다섯 살,
방과 후.
팔짱 끼고 앉은
엄마 아빠 사이에
기이하게 떨어진 일기장이
내장을 쏟듯
속지를 내보이고 있었다.
일기 속 나는
문제아, 불효자식, 사회부적응자였다.
그렇게 써서 잘못했다고 빌며
옥상에서 떨어지는 상상을 했다.
내 마음은
그날 한 번 죽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 다섯 살의 나는
쓰는 행위가 주는 힘을 알았기에
쓰기를 멈추지 않았다.
쓰면서
죽기도 하고
살기도 하고
도망도 가고
용기도 내며
지금까지 살아왔다.
울면서
찢어진 일기장을 이어 붙이던
용기 있던 열다섯의 나에게
목숨을 한 번 빚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