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오늘 단상

존경할 수 없는 어른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2023.6.23.

by 하얀밤


그러면,
선생님은 얼마나 운이 없어서
그렇게 지내요?



아,

아들아.

안 된다.

그래서,

그 말을 그 선생님에게 했니?


안했구나.

다행이다.


자신의 영어 실력이 우리 지역 최고라는 선생님,

젊은 시절 이야기를 수업 시간 내내 하는 선생님,

자신을 만난 걸 학생이 영광으로 알아야 한다는 선생님,

수업 내내 자리를 비우고 마치기 10분 전에 들어오는 선생님,

우리 지역에서 만든 AI영어 프로그램은 쓰레기라는 선생님,

교육청 새끼들은 다 나쁜 놈이라 하던

선생님에게 말이지.


"요즘 가수들은 실력도 없으면서

운이 좋아 인기 얻고 놀고먹는다잖아."




엄마는 고민이 되었다.


존경하기 힘든 어른을

초등학생인 너희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어른을 공경하라고 마냥 가르치기엔

부끄러운 어른이 너무 많은데.


그런 어른이 선생님일 때는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하지만 너희들이 더 잘 알더구나.


약속된 시간을 지켜야 한다는 것,

맡은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

아이들 앞에서 비속어를 쓰면 안된다는 것.


너희들이 다 아니까

그걸로 됐다.


학교라는 곳은,

교과서에 나오는 지식만 배우는 곳이 아니라

이런 사람 저런 사람

이런 상황 저런 상황

사회의 축소판인 모습들을

경험하고 배우는 곳이니까

다른 의미로

잘 배우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선생님은

부디 멈추시길.

이제 초등학생인 아이들에게

적나라한 어른의 세계를 너무 이르게

보여주지 마시길.


같은

어른으로서

너무 부끄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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