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호흡을 하고
뭐든 집어삼킬 듯한 기세로
눈앞의 것에 집중한다.
배고픔도 갈증도 뒷전이다.
소리도 냄새도 뒷전이다.
눈앞의 것에만 온 신경을 쏟는다.
가장 나다운 상태가 된다.
급하게 보고해야 하는 공문이 내려오는
당장 내일이 기한인 일이 갑자기 기억나는
말없이 방문을 닫고 들어가는 남편의 등을 보는
그런
위기의 순간.
누구에게도 설명할 수 없고
누구의 손을 빌릴 수도 없고, 빌려서는 안 되는
이어지는 분(分)과 초(秒)를
오롯이 내가 만들어야 하는 순간,
위기의 순간.
나의
도약은 언제나
위기의 순간에 왔다.
그래서 나는
위기의 순간을
진절머리 나게 싫어하면서도
결국은
사랑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