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오늘 단상

내가 사랑하는 위기

2023.6.24.

by 하얀밤


심호흡을 하고

뭐든 집어삼킬 듯한 기세로

눈앞의 것에 집중한다.


배고픔도 갈증도 뒷전이다.

소리도 냄새도 뒷전이다.

눈앞의 것에만 온 신경을 쏟는다.

가장 나다운 상태가 된다.


급하게 보고해야 하는 공문이 내려오는

당장 내일이 기한인 일이 갑자기 기억나는

말없이 방문을 닫고 들어가는 남편의 등을 보는

그런

위기의 순간.


누구에게도 설명할 수 없고

누구의 손을 빌릴 수도 없고, 빌려서는 안 되는

이어지는 분(分)과 초(秒)를

오롯이 내가 만들어야 하는 순간,

위기의 순간.


나의

도약은 언제나

위기의 순간에 왔다.


그래서 나는

위기의 순간을

진절머리 나게 싫어하면서도

결국은

사랑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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