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오늘 단상

함께 쳇바퀴에서 내려가지 않을래?

2023.7.7.

by 하얀밤


"아, 진짜 제가 싫어요."


그녀가 말했다.

눈가가 반짝인 것도 같다.

셋이서 팀을 이루어하는 업무가 너무 힘들다 한다.


그녀를 제외한 두 사람이

기한도 어기고

자기주장만 하고

대화는 거부하면서

그녀를 전서구처럼 이리 보내고 저리 보낸다 한다.

갈등 상황이 싫은 그녀는 이리 날고 저리 날다가

지쳐버렸다.


"날지 말지?" 하니까,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한다.

"싸울 수는 없잖아요."


"이미 싸움은 시작된 거 아니야?"

"뭐, 그렇다고 봐야죠."

그녀가 입을 삐죽였다.


"아무도 자기에게 중재 역할을 강요한 적 없어.

이번 일은 이미 엎질러진 물이야.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데

에너지를 쏟는 게 낫지 않을까?"


좋은 대책을 함께 궁리해 봐야겠다고 생각한 순간

그녀가 한숨처럼 말한다.


"아.. 두 사람이 고집을 피워서 미치겠어요."


하,

다시,

대화가

도돌이표로 자리로

돌아왔다.


이젠 몇 번째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보는 상태에 빠진 그녀에게

어떤 말도 스며들지 않는다는 걸 깨달으니

나도 지친다.


내가 그녀를 아끼지 않았다면

'그래, 많이 힘들지? 그 사람들이 나쁜 사람들이네.'

하고 넘어갔을 것이다.

달콤한 위로는 그녀를 잠시 웃게 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그런 역할을 하고 싶지 않다.

그런 역할을 해야 했다면 이미 자리를 떴을 것이다.


맡은 업무 때문에 잠까지 설치는 그녀가 안쓰러워서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었다.

하지만 반복되는 도돌이표 앞에서는

나도 인내심의 한계를 느낀다.


나마저 이런 생각이 드니

스스로가 싫어졌다는 그녀가

더더욱 걱정된다.


내가 그녀를 놓지 못하는 이유는

그녀에게서 내 모습을 보기 때문이다.

남 탓, 자책, 삽질의 삼 박자를 고루 갖춘 쳇바퀴에

스스로 올라탄 모습을 보기 때문이다.


그저 내리면 그만인데.

쳇바퀴 안에서는 그런 생각조차 들지 않는다.

자신이 쳇바퀴 안에 있는지조차 모를 때가 많다.


그녀를 돕고,

나를 돕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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