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오늘 단상

나를 질책하는 나에게

2023.7.8.

by 하얀밤


나를 키운 건 구 할이 불안이다.



팔 할의 바람보다 더한

구할, 아니 구할 구푼 구리의 불안함이 나를 키웠다.


성적이 숫자로 나오기 시작했던 중학생 때부터

성적과 연결되지 않는 활동을 할 때마다

죄책감을 실은 불안이 함께 했다.

성적을 잘 받지 못하리라는 불안이

공부 외의 모든 활동을 쓸모없는 없는 것으로 만들었고

무쓸모해 보이는 활동의 달콤함에 취할 때마다

죄책감에 몸부림쳤다.


숫자로 성과가 매겨지는 시기를 지난 다음에도

나를 끊임없이 평가해 왔다.

가시적인 점수조차 없는 내가 하는 평가는

평가기준이 너무나 가혹하여

스스로를 부족한 사람으로 여기게 했다.


내 평가기준을 만족시킬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단 한 명도 없음을

내가 가장 잘 안다.


평가는 필요하다.

불안도 필요하다.

나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므로.


그러나 지나치게 높은 기준과 불안은

끈끈이가 붙은 신발을 신고 달리는 사람처럼

지나친 에너지를 소모하게 한다.


오늘,

비가 오다 그치길 반복하는

물속처럼 습기가 높은 날에

멍하게 누워

오랜만에, 정말 오랜만에

아무것도 않고 뒹굴거리는 스스로를

질책하는

내가 너무 매섭다.


나에게 지쳐

이 글을

나에게 쓴다.


왜 책을 읽지 않느냐고

왜 아이 공부를 봐주지 않느냐고

왜 운동을 하지 않느냐고

야단치는 '나'야,

좀 쉬자.


쉼도 달리기 위한 준비니까.


같이 좀 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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