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오늘 단상

대중매체여, 부모를 좀 냅두시라

2023.7.10.

by 하얀밤


"부모의 권위를 한 순간에 잃는 말투"



유튜브를 켜자마자 떡 하니 뜨는 영상의 제목이다.

말투를 잘못 쓰면 부모의 권위를 '한 순간에' 잃어버린단다.

이 제목을 보고 얼마나 많은 부모들이 불안에 떨까.


대한민국 국민 멘토라 하는 분은

본인 앞에 오는 아이들 대부분에게 문제아 낙인을 찍는다.

피아노를 잘 쳐도, 말을 너무 잘해도,

어른의 의도대로 따라오지 않으면

지적장애나 ADHD 진단을 내린다.

TV 속 아이를 보며 얼마나 많은 부모들이

자기 아이를 대입하며 걱정을 할까.


나도 그랬다.

아이가 내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마다

내 아이가 지적장애는 아닐까,

ADHD는 아닐까,

어쩌면

내가 모를 어떤 병적인 원인을 갖고 있는데

내가 눈치를 못 채서, 내가 모자라서

방치하고 있는 건 아닐까,

내가 잘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상상에, 죄책감에 얼마나 시달렸었는지.


내 마음이 불편해질 때마다 예민해져서

아이에게 화를 내고,

잠든 아이 얼굴을 쓰다듬으며

미안함에 죄책감에 얼마나 눈물을 삼켰던지.


영아기, 유아기를 지나며

그 걱정들의 대부분이 쓸데없는 것임을 알았다.

눈물로 지새운 밤이 억울할 지경이었다.


그래서,

초등 아이를 키우는 지금

내가 가지는 걱정 또한 대부분이

쓸데없는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자,

영상의 제목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자.


말투 한 번에 무너질 권위면

처음부터 권위가 없었다고 봐야 한다.

'한 순간'에 아이들은 변화하지 않는다.

'한 순간'의 실수로 나쁜 부모가 되지도 않는다.


모든 부모가 '처음'이 있지만

그 '처음'이 틀리지만은 않는다.

설령 좀 틀리더라도 아이들은 살아남는다.

아이들은 강하다.

아이들은 유연하다.

아이들은 괜.찮.다.


우리가 괜찮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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