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 전봇대에 고무줄을 묶어 놓고
한 사람은 고무줄 반대쪽 끝을 잡고
나머지 한 사람은 고무줄을 넘던
국민학교 6학년의 여름.
8월의 태양 아래
친구와 나는 구슬땀을 흘리며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는 노래에 맞춰
어깨 높이가 훌쩍 넘는 고무줄을 잘도 넘었다.
뛰어오를 때마다 턱 끝에 고인 땀이
바닥에 똑 똑 떨어졌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면
친구집이든 우리 집이든 마음 내키는 대로 들어가
주전자째로 들어 물을 벌컥벌컥 들이켜고
선풍기 바람 아래 벌러덩 누웠었다.
뱃속에서 느껴지는 물의 은근한 냉기와
시원한 선풍기 바람에
벌겋던 얼굴이 서서히 식어가던
기분 좋은 서늘함을 아직도 기억한다.
친구 집에도 우리 집에도
에어컨이 없던 여름,
우리 반 어느 친구 집에서도
에어컨을 찾아보기 힘들었던
있는 집도 잘 틀지 않았던,
부채, 선풍기, 찬물 한 잔이면 충분히 시원했던
그런 여름이
분명히 있었다.
지금 이 이야기를 하면 아이들은 놀란다.
에어컨 없이 어떻게 여름을 지냈냐고.
조각 얼음 위에 위태롭게 서 있는
사진 속 북극곰의 시선은
우리를 향하고 있었다.
너희들도 나처럼 될 것이라 하고 있었다.
고작 30여 년이 지난 지금
어린 시절의 여름이 꿈속의 이야기 같다.
지구의 나이에 비하면
찰나의 찰나의 찰나도 안 될 30년 동안
대한민국이 아열대 지방이 된 것 같다.
요즘도 교과서에는 우리나라가 온대기후라 나올까?
그렇다면 좀 머쓱한데 말이다.
북국곰의 슬픈 눈을 떠올리며
에어컨을 꺼 본다.
창문을 열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