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오늘 단상

마음은 쉴 수 없다

2023.8.21.

by 하얀밤


"마음이 쉽니다"



음식쓰레기를 버리고 들어오는데

아파트 게시판에 붙은 광고가 눈에 들어왔다

연둣빛 바탕에 잔잔한 바람이 부는 듯

흩어지는 구름 같은 글씨체로

'마음이 쉰다'라고 적혀있었다.


'마음이 쉰다'는 표현을 보자마자

휴양지 바닷가에서 시원한 음료를 마시며

수평선을 바라보는 내 모습을 상상했다.


그리고 문득 든 생각,


이게 '마음이 쉬는' 건가?

마음이 쉰다는 게 뭔지?

저 광고지를 붙인 사람은 알까.



언젠가 친구가 그랬다.

'마음이 시끄러워서' 명상하는 곳에 갔단다.

선생님은 사람들에게 눈을 감으라 하고는

눈앞에 하얀 종이를 상상하고

거기에 복잡한 마음을 적은 후

그 종이를 찢는 상상을 하라 했다 한다.


친구는 종이를 찢어도 찢어도

생각이 잊히지 않았다

그래서 손을 들고 질문을 했다.


"선생님, 지워지질 않아요."

"계속 찢으세요."


친구는 한 시간 동안 종이 찢는 상상만 했다.

종이를 찢을수록 잡념이 생생히 되살아났다.

이야기를 마친 친구가 말했다.


"삽질한 것 같아."


나도 동감했다.


설마 광고지를 붙인 저곳도

그런 걸 시키는 건 아니겠지.



심리학자 황상민 박사님은

'마음'을 '자신이 믿는 바'라고 한다.

내가 들은 가장 확실한 마음에 대한 정의다.


마음이 다르다는 것은

믿는 바가 다르다는 것이고,

마음을 모르겠다는 것은

내가 믿는 바를 나도 잘 모른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마음이 쉰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마음은 쉴 수 없다.


어떠한 식으로든 누구나 믿는 바가 있기 때문이다.

그 믿음의 내용이 다를 뿐.

그 믿음이 나에게 미치는 영향이 다를 뿐.


그러므로,

마음은 쉬는 것이 아니라,

'읽어야 하는' 것이다.


오늘도 내 마음을 읽기 위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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