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오늘 단상

나와 다른 곳을 보는 아이

2023. 8.26.

by 하얀밤


"진짜 같이 안 갈래?"



시무룩한 내 목소리에

딸이 슬그머니 일어선다.

"마트라면.. 뭐.."

아들은 여전히 컴퓨터 모니터에 시선을 두고 있다.


주말엔 집에 있기보다는 어디로 나가고 싶다.

주말 외출은 아이들을 줄줄 달고 나가는 게 당연했는데

서서히 누적된 변화가

어느 날 아침에 느닷없이 닥쳐왔다.


좋아하는 빵 때문에 따라간다는 딸에게

"눼눼 감사합니다, 가주셔서~" 하고는

아들에게 괜히 심술이 나서 말했다.


"전화 세 번 울리기 전에 안 받으면 게임금지다, 너!"

"네, 어머니!"


아들은 요즘 베드워즈라는 로블록스 게임에 빠져있다.

침대를 뺏는 게임이라는데 뭘 한다는 건지 모르겠다.

'핵이냐'는 말을 듣고는 최고의 칭찬을 들었다며

요즘 더 푹 빠져있는데 아마 해킹한 것처럼 잘한다, 이런 류의 말인 것 같다.

숙제를 해놓고 하니 나도 할 말은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밥 챙겨 먹으라는 말을 반복하며 현관문을 닫는 것뿐.


장을 보다가 아들에게 이유 없이 전화를 걸어봤다.

안 받기를 기대하면서.

아니, 근데 이 녀석이 전화를 걸자마자 받는 것이었다.

카톡도 이틀 지나야 겨우 보는 녀석이.

간절함이 아이를 움직이고 있었다.


그렇다.

'간절함'이다.

우리 가족에게 변화가 일어나는 이유는

각자가 원하는 '간절한' 바가 서로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년에 들어선 사람은

가족의 화목이 간절하지만

10대 아이들에겐

또래 관계와 게임 속 캐릭터의 레벨업이 간절한 것이다.


기저귀 차고 뒤뚱거리던 엉덩이가 아직 생생한데

너희는 너희만의 간절함을 찾아 떠나고 있구나.


떠나는 길 위에서 안녕하도록

뒤에서 묵묵히 지켜봐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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