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오늘 단상

그녀의 여행을 함께 할 수 없다

2023.8.29.

by 하얀밤



아직도 생생해요.



그녀는 오늘도 여행을 떠난다.

7년 전 그날로 여행을 떠난다.

현대 과학으로 불가능한 시간 여행이

그녀의 의식 속에선 언제든 가능하다.


그때가 몇 시, 몇 분, 몇 초였는지

자신은 어디에 앉아 있었는지

그 사람은 어느 쪽을 보고 있었는지

앉았던 소파의 촉감과 햇살의 냄새까지

생생히 떠올릴 과거로 간다.


그때가 오기 하루 전, 일주일 전

그가 자신에게 했던 부당한 말과 행동과

뻔뻔하게 이득을 위하던 야비한 등짝도

생생하다.


7년 전 그때로 완벽히 돌아간 그녀가

억울함에 분노를 터뜨린다.

그녀의 정기적인 여행에 끌려간 나도

가슴이 답답하다.


여행은 늘

날씨가 덥다거나,

커피가 맛있다거나,

차에 기름이 없다는 등의

평범한 대화 끝에 느닷없이 작된다.


7년이 지나

아는 것이 많아지고 후배를 가르칠 력까지 가진 그녀가

7년 전 초임 시절의 시간에 빠져 괴로워하는 동안

나는 그녀의 기억 한켠에 서서 소리를 지른다.


'넌 이미 강한데 왜 자꾸 그날로 돌아가는 거야!'

아무리 간절하게 외쳐도

그녀의 기억 속 장면에 없는 나는 유령과 같다.


'차라리 이 여행에 나를 데려오지 마.'

원치 않는 여행에 지친 내가 되뇌인다.

오늘로 몇 번째인지 모를 말을.



그녀가

7년 전의 나약한 빙의되어 있는 동안

나는

그녀와의 관계를 지속할지 고민한다.


그녀는 좋은 사람,

마음이 아름다운 사람,

하지만 과거 여행을 아마도 '좋아하는' 사람,

나는 과거 여행을 싫어하는 사람.


어떡해야 하나.


그녀를 잃고 싶지 않은데

여행은 괴로우니

나는 어떡해야 하나.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금수저보다 독립을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