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Bye).
피를 나눈 사람들.
피를 나눈 사이라고 해서
상대의 피를 가져가면 안 되는 거다
각자 생명을 유지할 만큼의 피는 품어야 한다.
내 피가 더 영양이 풍부해 보인다고,
내 피가 더 여유롭게 흐르는 것 같아 보인다고,
자꾸 달라고 하면 곤란하다
헌혈도 자격이 있어야 할 수 있다.
나는 아직은 빈혈에 가깝다.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면 휘청인다.
나의 빈혈은,
피를 나눈 자들에게 내 피를 주는 것이
나를 위한 길이라고 착각한 데서 비롯되었다.
그들은 내게 부족해진 영양소를 채워주지는 않았다.
왜 더 주지 않느냐고,
왜 흔쾌히 주지 않느냐고 불평만 했다.
내가 충분히 건강해진다 해도
내 피는 내 것이다.
내 건강과 안녕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피를 나누어줘야 한다면,
내 아이에게
혹은,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이에게 주고 싶다.
한때는,
(지금도 가끔씩)
더 주지 못한 데 대해 죄책감을 느끼기도 했고
왜 하필 이런 사람들과 피를 나누게 됐을까 하며
알 수 없는 대상을 향해 원망도 했었다.
받기만 하는 것이
상대를 지치게 할 뿐만 아니라
스스로의 성장도 막는다는 것을
당신들은 왜 모를까.
나는 어쩌다 알게 됐을까.
잘살기 위해 몸무림치다 알게 되었다.
이 고통은 '앎'에서 시작되었지만
나는 결코 '무지'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금수저 따위는 바라지도 않았다.
수저 따위 물려주지 않아도 되니까
내 수저를 만들 수 있게
먼발치서 지켜봐주기만 해도 됐었다.
나는 이제 수저가 생겼으니
이 수저는 내 것이고,
이 수저는 내가 이룬 가족의 것이다.
안녕(Bye)
피를 나눈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