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오늘 단상

금수저보다 독립을 원한다

2023.8.28.

by 하얀밤


안녕(Bye).

피를 나눈 사람들.


피를 나눈 사이라고 해서

상대의 피를 가져가면 안 되는 거다

각자 생명을 유지할 만큼의 피는 품어 한다.


내 피가 더 영양이 풍부해 보인다고,

내 피가 더 여유롭게 흐르는 것 같아 보인다고,

자꾸 달라고 하면 곤란하다


헌혈도 자격이 있어야 수 있다.

나는 아직은 빈혈에 가깝다.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면 휘청인다.


나의 빈혈은,

피를 나눈 자들에게 내 피를 주는 것이

나를 위한 길이라고 착각한 데서 비롯되었다.

그들은 내게 부족해진 영양소를 채워주지는 않았다.

왜 더 주지 않느냐고,

왜 흔쾌히 주지 않느냐고 불평만 했다.


내가 충분히 건강해진다 해도

내 피는 내 것이다.

내 건강과 안녕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피를 나누어줘야 한다면,

내 아이에게

혹은,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이에게 주고 싶다.



한때는,

(지금도 가끔씩)

더 주지 못한 데 대해 죄책감을 느끼기도 했고

왜 하필 이런 사람들과 피를 나누게 됐을까 하며

알 수 없는 대상을 향해 원망도 했었다.


받기만 하는 것이

상대를 지치게 할 뿐만 아니라

스스로의 성장도 막는다는 것을

당신들은 왜 모를까.


나는 어쩌다 알게 됐을까.


잘살기 위해 몸무림치다 알게 되었다.

이 고통은 '앎'에서 시작되었지만

나는 결코 '무지'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금수저 따위는 바라지도 않았다.

수저 따위 물려주지 않아도 되니까

내 수저를 만들 수 있게

먼발치서 지켜봐주기만 해도 됐었다.


나는 이제 수저가 생겼으니

이 수저는 내 것이고,

이 수저는 내가 이룬 가족의 것이다.


안녕(Bye)

피를 나눈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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