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오늘 단상

주말에 일 해도 돼!

2023.9.3.

by 하얀밤


주말이다.

아이들은 어딜 가자고 해도 나가려 하지 않는다. 집 안에서 자기만의 시간을 가지는 걸 좋아하는 걸 보니 영락없는 내 아이들이다. 유전자 검사를 해보지 않아도 안다. 하는 꼴이 딱 나다.


오히려 내가 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다. 비소식이 있었지만 비가 오지 않고 길에는 옅은 햇볕이 내려앉았다 사라졌다 한다. 그냥 걷고 그냥 보고 그냥 듣고 싶은 날이다. 노곤해져서 무작정 노트북을 펼쳤다.


집에서, 그것도 주말에 직장일을 하려고 한다. 직장일을 직장에서만 해야 한다는 경계를 무너뜨린 순간부터 일에 대한 부담이 줄었다. 어차피 내가 해야 할 일이다. 미룬다고 누가 대신해줄 수도 없고 출근하면 분명히 예상치 못한 일들이 밀려올 것이다. 시간이 날 때 미뤄둔 빨래를 하고 옷장 정리를 하는 것처럼 시간이 나니까 할 일을 하는 것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워라밸'이라는 단어는 왜 이렇게 힘이 센 지. 일을 한다는 것에 대해 이렇게 거창하게 읊조리는 이유는 이것이 나의 워라밸임을 알리고 싶기 때문이다. 요즘은 퇴근 후에 일을 하는 것이 아주 잘못된 것 같은 분위기여서 그것이 아님을 몸소 체감하고 있는 나조차 해명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직장, 내 옆자리 동료는 아예 직장과 집이 구분되지 않는 사람이다. 업무와 관련된 모든 것이 집과 직장에서 공유된다. 연수도 자주 들으러 다니고 다양하게 배우는 것도 많아서 책상엔 짐이 한가득이다. 집에는 업무와 관련한 물품을 쌓아놓은 방이 있다고 한다. 내 자리까지 넘어오는 짐들이 싫지 않은 이유이다. 그녀는 열심히 산다. 그래서 나까지 동화된다.


주말에 노트북을 마주하고 있는 내 눈앞에 그녀의 상기된 얼굴이 떠오른다. 그녀는 오늘도 주중 주말 할 것 없이 일을 즐기고 있겠지. 덕업일치가 이루어진 그녀의 행복한 기운이 여기까지 퍼진다.

그녀가 나의 망설임에 확신을 준다.


"주말에 일 해도 돼!"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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