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오늘 단상

정년(停年)이라는 게 있을까

2023.9.6.

by 하얀밤


20대, 30대, 40대, 50대 네 명이 모여서 앞으로 어떻게 살 지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50대 A씨는 절대로 정년 같은 건 하지 않겠다 했다. 5년만 더 일하고 명퇴를 한 후, 좋아하는 여행 분야에서 사업을 하고 싶다고 했다. 개인의 취향에 맞는 여행 계획을 짜주면서 덤으로 카페를 운영하는 게 꿈이라고. 카페에 오는 손님들과 차를 마시며 여행 이야기를 하는 그녀를 상상하는 일이 어렵지 않았다. 평소의 그녀의 모습에서 주변 배경만 바꾸면 되었다.


30대 후반인 B씨는 15년만 더 일하고 그만둘 거라고 했다. 직장 생활을 빨리 시작해서 올해로 15년 차가 되었으니 앞으로 15년 더, 그러니까 딱 30년만 일하고 그만두고 싶다고 했다.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 하는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을 하고 싶다며 이미 자격증을 알아보고 있었다.


우리 이야기를 듣던 20대 C씨가 폰계산기에 숫자를 툭툭 넣더니 앗 하고 놀랐다.

"전 2060년이 정년이에요!"

"2060년이 오긴 와?"

"자동차가 날아다니는 거 아니야?"

다들 와하하 웃었다.


흩날리는 웃음 끝에 40대인 나는 지나간 20대 시절을 떠올렸다. 갓 직장인이 됐던 20대 중반엔 2023년이 2060년처럼 멀어 보였다. 연애도 안 하던 그때가 엊그제 같은데 결혼하고 아이도 낳고, 애가 벌써 12살이 되었다. 내 나이 60이 되어도 '순식간에'라는 표현을 쓰고 있을 것 같다.


나는 아직 퇴직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일을 그만둔 내 모습을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게 맞겠다. 나는 정년을 꽉 채워 일해도 좋다. 정체되지 않고 나이만 내세우는 사람이 되지 않게 도움이 되도록 일하고 싶을 뿐이다.


나는 내가 세상을 뜨는 날까지 내 의지로, 내 스타일로 일하면서 세상에 감동하며 사람들을 감동시키며 살고 싶다.


어딘가에서 유용하게 쓰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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