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오늘 단상

선생님을 믿고 기다려 본다

2023.9.5.

by 하얀밤


개학한 쌍둥이들의 불만이 대단하다. 급식 순서가 바뀌면서 점심시간이 확 줄었다 한다. 점심시간에 세 개 학년이 밥을 먹는데 마지막 순서가 되면서 밥 먹고 난 후 5분도 채 안 되어 5교시가 시작한다는 것이었다. 밥 먹기 전 시간이 길어졌지만 교실에서 알림장을 쓰거나 대기를 해야 한단다.


점심시간을 마음껏 즐길 수 없다는 건 유감스러운 일이다. 직장이든 학교든 점심시간만 기다리는 게 인지상정인데.


아이에게 다시 물어봤다.


"선생님은 뭐라고 하셔?"

"같이 배고파하면서 힘들어하셔."


아이의 마지막 말에 더 이상 내가 개입할 일이 아니라는 판단이 섰다. 선생님이 보시고 상황이 영 안 좋다 싶으시면 다른 선생님들과 협의를 하실 것이다. 분명히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이야기를 하실 것이고, 학년별로 불편함을 어쩔 수 없이 나눠야 한다면 그냥 두실 것이다.


그냥 둘 수밖에 없다고 해도 아이들은 불편함을 경험하는 기회를 가지게 될 것이다. 배고프다 하면 째깍째깍 밥이 나오고, 냉장고만 열면 먹을 것이 손에 잡히는 게 당연한 것이 아님을 배우게 될 것이다. 배고픔을 겪고 난 뒤 먹는 밥이 얼마나 맛있는지도 알게 될 것이다.


다시 보니, 상황이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밥을 굶지는 않으니까.


부디, 이 일로 인하여 학교에 쪼르르 달려가거나 다짜고짜 급식 순서를 바꿔 달라고 전화하는 학부모가 없기를 바랄 뿐이다. 불편함을 겪는 것조차 학교 교육과정의 일부이다. 오래전 배웠던 교육학에서 이걸 '잠재적 교육과정'이라 했었다.


이 모든 것의 전제는 '선생님에 대한 신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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