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 어렵지만 어찌보면 단순한
2023.9.7.
인간관계는 내게 언제나 어려운 과제이다.
근본적인 질문을 해봤다. 인간관계란 무엇인가? 인간과의 관계라면 이미 맺고 지내고 있지 않은가. 어떤 점에서 어려움을 느끼는 건가? 사람들과 잘 지내지 못하는 것 같아서 그렇다. 사람들과 잘 지낸다는 건 무슨 뜻인가? '우리가 남이가!"를 시전하는 것인가? 어차피 나 빼고는 모두 남 아닌가?
아, 쉽지 않다.
나라는 사람이 나에게 가장 관심이 많다는 것이 모든 것의 출발점이다. 내가 말하고 싶을 때 말하고, 웃고 싶을 때 웃고 싶다. 그렇지 않은 때에는 에너지가 과도하게 소모되기 때문에 일처럼 느껴진다. 억지 대화를 하고 나면 양심의 가책마저 느껴진다. 사람들에게 거짓말을 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런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도 있고, 왜 이리 이랬다 저랬다 하냐며 이상하게 보는 사람도 있다. 대부분 무시 가능하지만 특별히 내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이들이 있다. 나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나에게 불리한 일을 할 수도 있는 사람이다. 지금은 직장의 상관이 그 위치에 있다.
아직 누군가에게 밉보여서 인사에 불리한 일을 당해본 적은 없지만 윗사람을 신경 쓰는 것이 미성년자 때 부모를 대하던 심정과 닮았다. 그들이 나를 좋게 봐주면 좋겠는데, 나를 미워하지 않으면 좋겠는데, 내가 힘들 때 도와주면 좋겠는데, 하는 마음이다.
황심소 유튜브에서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의 사연을 보았다. 박사님은 이런 솔루션을 주셨다. 자기가 맡은 일을 묵묵히 하다 보면 자신의 보석 같은 면을 알아봐 주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 누군가 나를 끌어당겨주지 않으면 미래에 큰일이 날 것 같은 건 기우일 뿐이라고.
즉, 나에게 불리한 혹은 유리한 일을 상관이 해 주는 것은 나에게 달린 것이 아니라 그에게 달렸다는 것이다. 그러니 나는 지금처럼 내 일을 꼼꼼하게 성실하게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게 해 나가면 되는 것이다.
마음을 다잡게 되는 계기가 요근래 있었다.
경력이 쌓이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나다 보니 웬만한 문제는 내 선에서 해결할 수 있게 되어서 상관과의 대화 기회가 줄어드는 걸 느낀 것이다.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사담을 하기 위해 일부러 찾아가는 것도 내겐 낯선 일이고, 막상 가게 되어도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는 것이었다.
이런 나 자신을 사회생활을 잘 못하고 인간관계를 잘 못 맺는 사람이라고 자책을 했던 며칠이었다. 자책이 괴로워 나라는 사람을 집요하게 돌아보았다.
결론은, 나는 지금처럼 내가 해야 할 일을 책임감 있게 해 내가면 된다는 것,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나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면 내 진심을 알고 나를 신뢰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 평소에 교류가 없던 사람들이 업무로 어려울 때 조언을 구하러 올 때도 있고, 멀리서만 보던 사람이 나를 인정해 준 적도 있기 때문이다. 내가 보내는 메신저 내용이 가독성이 높고 전문성이 느껴진다는 말이 나에겐 가장 큰 보상이었다.
그래서 내 고민의 결론.
나는 나에게 맞는 옷을 입겠다.
내 모습을 마음에 들어 하는 이와 잘 지내면 된다. 그리고 그 사람을 위해서라도 나답게 살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