쨍그랑.
또 예상치 못하게 균열이 찾아왔습니다.
균열은 안부를 묻지 않는 냉정함과 나를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서운함의 탈을 쓰고 찾아왔습니다. 누군가에게 기대는 마음에 서서히 파묻혀 마음의 힘을 잃어갈 때, 예고 없이 찾아왔습니다.
쨍그랑.
균열은 제 마음이 그새 얼마나 약해졌는지 새삼 깨닫게 했습니다.
깨지는 고통이 이제는 싫지만은 않다고, 오늘 문득 생각했습니다.
고통이 없는 동안의 저는 무르기 그지없었습니다. '일상'이라 부르던 평범한 상황은 참 평화로워 보였습니다. 알고는 있었습니다. 이 평화가 진정한 평화가 아니며, 언제든 갑자기 마음의 단단한 정도를 시험할 순간이 찾아오리라는 것을요. '오늘은 아니겠지. 오늘은 아닌 것 같아. 오늘은 아니었네' 하며, 눈을 감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처럼 지냈을 뿐입니다. 신호등에 '파란불'이 들어와 있을 거라 믿으면서요. 감은 눈앞에는 별빛도 지나가고 드라마에서 본 것 같은 하늘을 나는 고래도 지나갔습니다. 눈을 감았다는 것만 빼면 참 아름다운 광경이었습니다. 눈을 감았다는 것만 잊으면 너무나 멋진 광경이었습니다.
쨍그랑 소리가 소스라치게 커서 눈을 번쩍 떴습니다.
눈을 뜨고 보니 저는 빨간불이 켜진 횡단보도 한가운데 서 있었습니다. 차들이 쌩쌩 달리는 도로 한가운데 서 있었습니다. 지나가는 차가 일으키는 바람에 머리도 옷도 휘휘 날리고 있었습니다. 정신을 퍼뜩 차리고 인도를 향해 뛰었습니다. 별빛과 고래의 잔상이 몸에 부딪쳐 부서졌습니다. 큰일 날 뻔했습니다. 조금만 더 오래 눈을 감고 있었다면 달려오던 차에 부딪쳐 영원히 눈을 감을 뻔했습니다. 무엇에, 왜 부딪쳤는지도 모른 채.
오늘의 균열은 아프지만, 그래서 고마웠습니다. 제가 서 있던 곳이 어떤 곳이었는지를 보게 해 주어서요. 고통의 크기가 큰 만큼 눈을 빨리 떴고, 빨리 살길로 눈을 돌릴 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고통이 싫다는 마음보다 감사함이 더 커진 첫 번째 날입니다. 이 변화가 너무나 반가워, 이 마음을 잊지 않기 위해 이 글을 씁니다.
저는 균열이 없는 삶을 원하지 않습니다. '마음 편한 삶은 죽은 상태와 같고, 고통을 느끼는 것이 살아있다는 증거이다'라고 제가 존경하는 어떤 분이 말씀하셨거든요. 저는 살아서, 고통에 맞서고 싶습니다. 살아 있기에 피부에 느껴지는 쓰라림과 쓰라림이 지나간 뒤에 남는 훈장 같은 흉터를 가지고 싶습니다.
흉터들이 모여 만들어진 문양은 제 고유의 별자리가 될 것입니다. 제 별자리는 조심스레 제가 아끼는 사람들에게 보여줄 겁니다.
그들의 별자리도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기꺼이 별자리를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싶습니다.
시작의 처음부터
끝의 마지막까지
해답은 오직 하나
왜 자꾸만 감추려고만 해 니 가면 속으로
내 실수로 생긴 흉터까지 다 내 별자린데
You've shown me I have reasons I should love myself
(너는 내가 자신을 사랑해야 하는 이유를 보여주었지)
내 숨 내 걸어온 길 전부로 답해
- 방탄소년단 <Answer : Love Myself>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