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날 때마다 들어가 보는 사이트가 있습니다. 시에서 운영하는 통합예약 사이트로 시에 소속된 기관이 개설한 수업이나 체험, 견학 등을 예약할 수 있는 곳입니다. 체험비도 저렴하고 프로그램 퀄리티가 높아서 아이들이 어릴 때는 종종 이용했었습니다. 인기 많은 프로그램은 대학 시절 수강신청처럼 알람을 맞춰놓고 신청하기도 했었죠.
현생이 바쁘기도 했고 아이들도 이제 제법 커서 엄마 따라 어디 가려고 하지 않으니 한동안 잊고 지내다가 오랜만에 들어갔는데 <우드 버닝>이라는 프로그램 예약을 받고 있었습니다. 뜨거운 인두로 나무를 태워서 그림을 그리는 작업이라 위험해서 그런지 초등 고학년부터 가능한 수업이라는 게 오히려 반갑게 느껴졌습니다. 아이들이 크니 숲 견학이나 자연물로 동물 만들기 같은 프로그램은 심심하다고 안 하려고 했거든요.
집에서 30분 걸리는 산림교육센터는 폐교한 중학교를 리모델링해서 만든 곳이었습니다. 쪽빛으로 염색을 하는 천연염색 체험을 하러 한 번 왔던 곳인데 그 외에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이럴 땐 세금을 내는 게 참 뿌듯합니다.
(이곳이 방탄소년단 지민 군이 졸업한 학교라는 것도 아미에겐 소중한 TMI입니다.)
나무조각에 먹지를 깔고 새기고 싶은 그림을 그리는데 대부분 준비된 도안을 이용했으나 아들은 굳이 인터넷에서 밈으로 쓰이는 개구리인지 두꺼비인지를 그립니다. 다른 사람보다 시간이 두 배로 걸려서 계속 도와줘야 했지만 이게 내 아이의 특성임을 받아들인 지 오래입니다. 놀이터에서도 다른 아이들이 미끄럼틀을 탈 때 미끄럼틀 구석에 벗겨진 페인트를 긁고 있던 아들을, 유치원 차를 기다리는 아이들 사이에서 빠져나가 화단 흙을 파며 고양이를 찾던 아들을, 이제는 받아들입니다. (받아들인다는 표현을 계속 쓰는 이유는 지금도 받아들이려 애쓰고 있다는 뜻이겠지요.)
언젠가 스티브 잡스가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ADHD 진단을 받고 약을 먹거나 문제아로 취급을 받아 결코 그가 이룬 업적을 이루지 못했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남들과 다르게 가는 아이를 편지 않은 마음으로 지켜보는 건 이 나라의 부모라면 다 비슷할 겁니다. 남들과 다르게 산다는 것이 엄청난 용기를 필요로 하는 게 우리 나라니까요.
고작 우드 버닝 도안 하나에서도 이런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엄마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완성한 우드버닝 작품. 딱 봐도 커피가 제 것이겠지요.
1인당 2개씩 나무판을 받았는데 6개밖에 만들지 못했습니다. 4인 가족이라 8개가 되어야 하는데 6개가 된 이유는 아들이 저 개구리인지 두꺼비인지를 그리면서 시간을 많이 썼기 때문이고, 냄새에 민감한 딸이 인두로 나무를 지지는 냄새를 맡기 힘들다고 중간에 일어서버렸기 때문입니다.
오감이 예민한 딸의 특성도 받아들입니다.(받아들이려 애쓰고 있습니다.) 감성이 풍부하고 감각이 예민하기에 사춘기에 접어드는 순간부터 엄마로서 힘든 순간이 (너무) 많지만 그런 특성 덕분에 그림도 잘 그리고 영상 편집도 독특하게 잘하는 것 또한 알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어떤 면이든 그들의 특성일 뿐이고, 저는 그게 옳은지 그른지 판단할 입장이 못됩니다. 제 기질과 맞고 안 맞고는 있겠지만요. 가족 관계도 결국 인간관계여서 기질이 맞지 않을 땐 갈등도 생깁니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아이가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랑 맞지 않을 뿐이죠.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와 가족 단위로 체험을 하는 것이 너무 오랜만이라 낯설기도 하고 여러 가지 생각도 하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어릴 때 자주 했던 체험 프로그램도 이제는 슬슬 다음 세대의 아이들에게 양보를 해야겠다는 생각도 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