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앞에 주정차를 하면 벌을 받는다'

'나의 아이'만 귀하게 여긴 누군가에게

by 하얀밤

직장을 쉬는 날, 밖에서 점심을 먹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아이의 학교가 저 멀리 보였습니다. 시계를 보니 하교하기 약 10분 전입니다. 초등 저학년 때는 육아휴직을 해서 거의 매일 하교할 때 교문 앞에 서 있었는데 복직한 이후로는 아이도 크고 해서 시간이 나도 거의 나가지 않았습니다.

오랜만에 '하굣길의 엄마'라는 깜짝 이벤트를 해주고 싶어서 학교 쪽으로 걸어갔습니다.



교문 맞은편 횡단보도에서 보행 신호를 기다리며 주변을 둘러봤습니다.

아이 학교 앞은 어린이 보호구역이라 옐로 카펫이라는 게 설치되어 있습니다. 아이들이 신호를 기다리며 서는 곳에 샛노란 보도 블록이 깔려 있고, 뒤쪽 벽도 쨍한 노랑으로 색칠이 되어 있습니다. '아이들이 여기에 있으니 조심하라'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죠.

빨간 불일 때 도로 쪽으로 몸을 기울이면 센서가 감지해서 인도 쪽으로 들어가라는 경고 음성도 나옵니다. 인도와 횡단보도의 경계에는 LED 불빛도 설치되어 있습니다. 불빛은 신호등 색과 같은 색으로 바뀝니다.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많은 이가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는 순간입니다. 국민들이 약자를 보호하는 것에 기꺼이 동의를 했기에 이런 시설이 세금으로 설치됐을 테지요.

감사, 뿌듯함, 감격에 시큰해진 콧잔등을 문지르며 교문 쪽을 바라봤는데,


교문 바로 앞을 차 한 대가 막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교문과 나란히 평행하게 설치된 횡단보도 위에 떡하니 정차를 하고 있었습니다. 모두의 노력을 비웃는 악당을 만난 것 같았습니다.

차가 거기에 있으면 교문에서 천진난만하게 달려 나오는 아이들이 횡단보도로 뛰어들 때 다른 운전자의 시야를 막아버립니다. TV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길가에 주차된 차 사이로 뛰어나오다 사고를 당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눈앞에 스쳐 지나갔습니다.


'그래, 신고, 신고를 해야지. 신고를 하려면 1분 간격으로 사진 두 장 이상을 찍으랬어!'

폰을 꺼내 학교 교문과 차 넘버가 잘 나오게 사진을 한 장 찍었습니다.


교문 앞에서 아이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차는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곧 아이들이 와르르 쏟아져 나올 텐데 도대체 언제 움직이려는 거지? 아, 한 장 더 찍어야지.'

1분보다 훨씬 긴 간격의 사진을 한 장 더 찍었습니다.


우르르 발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아이들이 파도처럼 쏟아져 나옵니다. 기린처럼 고개를 빼서 아들과 딸을 찾다가 더 깜짝 놀라게 해 주려고 교문 기둥에 몸을 숨겼습니다. 활기차게 모두가 움직이는 하굣길에 그 차와 저만 움직이지 않고 있었습니다. 5분쯤 지났을까, 초등 2학년쯤 되어 보이는 아이가 익숙한 듯이 교문 앞에 정차된 차의 뒷좌석 문을 열고 탔습니다.

걸어가는 아이들 사이를 비집고 출발한 차는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수십 명의 아이들 앞에서 속도를 높이고는 곧 시야에서 사라졌습니다.



그날은,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이었습니다.

뉴스에서 전국이 냉동고라고 하던 날이었고,

추위를 조심하라는 안전 안내 문자가 몇 통이나 오던 날이었습니다.

아침에 몇 겹으로 아이들을 중무장시키며 신신당부를 하던 날이기도 했습니다.


"추워서 다른 날보다 더 많이 껴입어서 몸이 둔하니까 더 주변을 잘 살펴야 해."


후드티 모자 위에 패딩 모자를 쓰고, 그 위에 목도리를 두른 아들이 목깁스를 한 사람처럼 어색하게 돌아보며 엄지를 척 올렸습니다.


엄지를 올렸던 아침처럼 중무장한 아들이 교문에서 나옵니다. 패션에 관심을 가지면서 보온보다는 추위를 선택한 딸도 뒤따라 나옵니다. 아이들이 깜짝 놀란 눈으로 저를 보며 달려옵니다.


"엄마? 엄마! 엄마구나!! 엄마가 웬일이야~!!"


예상보다 더 기뻐하는 아이들을 두 팔로 끌어안고 함께 길을 건너기 위해 횡단보도 앞에 섰습니다. 주변의 아이들도 중무장을 하고 있습니다. 부모님들이 춥다고 마구마구 껴입혀 놨습니다. 데굴데굴 구를 것 같은 아이들이 초록불이 되자마자 양옆도 살피지 않고 돌진합니다. 앞만 보며 달리는 아이들 모습에 조금 전 출발한 그 차가 오버랩되어 꼭 신고를 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모두의 노력을 물거품을 만들 수 있는 누군가의 이기심에 경고장을 날리고 싶었습니다.



집에 와서 신고를 하기 위해 안전신문고 앱을 설치하고 나서야 앱 안의 카메라로 찍은 사진만 첨부 가능함을 알았습니다. 사진을 찍는 시간이 정확하게 기록이 돼야 해서 그런가 봅니다. 속상하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 차의 운전자는 그날 하루를 어떻게 기억할까요?

역대급으로 추웠던 날, 자기 아이를 따뜻하게 차로 데려온 훌륭한 부모라고 자신을 칭찬하고 있을까요? 교문 앞 아이들을 가로지르는 차에 탄 아이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그 모든 상황이 그들에겐 평범한 하루의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는 건, 제 억측일까요.


덕분에 저는 신고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법으로 누군가를 처벌하는 것이 반드시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법인가 싶은 것도 있고, 잘못한 것에 대해 처벌을 받아도 진심으로 반성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생각하니까요. 하지만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 앞을 안전하게 만드는 법은 충분히 활용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학교 앞에 주정차를 하면 벌을 받는다'는 공식은 그 누군가의 머릿속에 기억이 되겠죠.


안전신문고 앱을 다시는 여는 날이 없기를 바라며,

오늘도 중무장한 채 등교하는 아이를 보내고

이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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