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공부를 하다가 나에 대해 알게 되었다

'피터 린치 <전설로 떠나는 월가의 영웅>'을 읽고

by 하얀밤

오랜 시간 동안 조금씩 조금씩 읽다가 드디어 피터 린치의 책을 두 권째 완독 했습니다. 부동산으로 주식으로 일확천금을 얻은 사람들이 TV 속을 너머 주변에까지 등장하니 저 같은 사람까지 주식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첫 번째로 읽었던 <투자 이야기>에서 얻은 지식을 바탕으로 미국 주식을 조금 샀습니다. 소액을 아주 소신 있게 투자했다고 믿고 있습니다. 적은 금액이지만 소중한 돈이기에 주식을 사기 전 가장 먼저 '내가 어떤 사람인가'를 생각했습니다.


나라는 사람은, 돈을 벌기 위해 경제 뉴스를 챙겨보고 지식을 얻고 정보를 얻기 위해 바쁜 일상을 쪼개어 시간을 투자하는,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안정적인 돈벌이를 크지 않은 규모로 하고 있어서 의식주를 제 깜냥에 맞는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더 큰 집과 큰 차를 소유하고 싶은 욕구가 별로 없습니다. 지금 있는 집에서 조금 더 넓은 집으로 이사 가고 싶다는 생각은 가끔 합니다. 혼자서 조용히 책 읽고 글을 쓸 공간이 간절하거든요. 하지만 이것도 카페에 가서 두세 시간 앉아 있는 것으로 충족이 됩니다.


부동산으로 돈을 크게 번 친구는 주말마다 임장이라는 것을 다닌다 했습니다. 평일에 직장생활로 피곤했더라도 주말이 되면 힘이 나서 점찍어둔 아파트와 그 주변을 돌아본다 합니다.

20대에 50억을 벌었다는 사람은 24시간 동안 일정한 간격을 두고 알람을 설정해 놓고 시장 상황을 확인한다고 들었습니다. 주식 시장이 나쁠 때는 알람 간격이 짧아서 제대로 푹 자 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돈을 많이 버는 것이 결코 운으로만 되는 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죠.


큰돈. 혹은 많은 돈. 어떤 표현이든 저에게는 모호한 표현입니다. 돈이 많이 생기면 뭘 하고 싶으냐고 누가 묻는다면 앞서 언급한 것처럼 가장 먼저 방이 지금보다 하나 더 있는 집으로 이사 가고 싶어요. 그러고도 돈이 남는다면? 음, 명품이라 불리는 가방이나 액세서리도 몇 개 사고 싶고요, 그러고도 돈이 남는다면 음.. 10년이 다 되어가는 차를 새 차로 바꾸고 싶네요. 비싸기만 한 차보다는 실용성 있는 차로요. 그러고도 돈이 남는다면? 여행을 가보고 싶습니다. 가장 먼저 아이슬란드의 오로라를 보고 싶습니다.


이 정도의 만족을 줄 수 있는 돈은, 지금 가진 수준에서 좀 무리해서(길에 나앉지 않을 수준이라는 게 정확할지 모르겠지만.) 대출을 받거나 저축한 돈을 탈탈 털면 마련 가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큰돈이 생겨도 일정 이상이 넘어가면 오히려 어떻게 쓸지 모를 수도 있겠다, 돈을 버는 기쁨조차 못 느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돈에 간절함이 없이 살 만한 수준을 유지하는 저에게 이 책은 첫 책 <투자이야기> 만큼의 임팩트는 주지 못했습니다. 피터 린치가 한 권 내내 쏟아내는 그의 투자 비법은 알려고 하면 할수록 모호하게 다가왔습니다.


주식의 특성에 따라 6가지 유형(저성장주, 대형우량주, 고성장주, 경기순환주, 자산주, 회생주)로 나눈 대목은 메모까지 하며 읽었지만 결국 그가 하는 이야기는 '주식 시장은 예측하기 어렵다, 인내심을 가져라.'로 요약됩니다. 예측하기 어렵다고 하니 너무 막막해 보입니다. 그가 입버릇처럼 말하는 '기업의 스토리'를 파악하는 것도 너무 어렵게 느껴집니다. 기업의 재무제표를 보고, 재고를 파악하고, 주가수익비율(PER)이 기업의 스토리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는 것을 아는 것도 버겁게 느껴집니다. 아무리 완벽해 보이는 방법을 써도 예측이 불가능하다 하고, 피터 린치조차 실패한 종목들이 많다 하니 투자의 이론이라는 게 있긴 한 건지 의문이 생깁니다.

제 친구가 주말마다 임장을 다니는 정성 정도를 주식에 쏟으면 말로는 표현하기 힘든, 감이나 촉 같은 것이 저에게도 생길까요?

중요한 것은, 그만큼의 간절함이 저에게 없다는 것입니다.


요즘은 책을 읽든 뭘 하든 결국 '나라는 인간은 어떤 인간인가'를 깨닫는 것으로 귀결되는 것 같습니다.

아, 피터 린치도 이 책 속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투자를 하려면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피터 린치 <전설로 떠나는 월가의 영웅>


저에겐 이 말이 "뭘 하든 그 일을 하는 '내 마음'을 알아야 한다."로 읽힙니다.


이 책을 읽고 주식에 대해 제가 가진 마음을 정리해 보면,

1. 주식은 예측하기 어렵다는 피터 린치의 말을 믿는다.
2. 인간은 어떻게든 어려움을 극복하는 존재이므로, 어떤 경제적 불황이 와도 주가는 장기적으로 볼 때 우상향할 것이다
3. 특정 기업의 스토리를 파악할 정성이 나에겐 생기기 쉽지 않다.
4. 예금보다는 장기적인 주식 투자가 이득이라고 생각한다.
5. 내 특성에 맞게 개별 주식보다는 좀 더 안정적인 S&P 500 지수를 추종하는 ETF에 투자해 본다.

입니다.


그래서 S&P 500 지수를 추종하는 ETF 중에서 수수료가 낮은 VOO를 소수점으로 조금 샀다가 한 주 당 가격이 낮은 SPLG도 몇 주 샀습니다. 배당금이 들어오는 재미가 있어야 주식에 대해 관심을 유지할 것 같아 JEPI도 몇 주 샀습니다.


실제로 제 돈을 넣고 보니 공부가 훨씬 더 빨리 됩니다. 환율도 체감하게 되고 미국 증시 뉴스도 눈에 잘 들어옵니다. 뭐든 배우기 위해서는 과감히 뛰어들어야 한다는 교훈을 또 얻습니다.


이제 피터 린치의 책 나머지 한 권이 책장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기는 투자>입니다. 조만간 저 책도 읽어볼 생각입니다. 두 권에 걸쳐 쉼 없이 자신의 투자관을 쏟아낸 피터 린치는 하고 싶은 말이 아직도 많이 남았나 봅니다.

그의 생각이 기대가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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