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책에서 온기가 난다

'김상욱 <떨림과 울림>'을 읽고

by 하얀밤


김상욱 교수님에 대해서 잘 몰랐습니다.<알쓸인잡>을 RM 본다고 보기 시작했다가 RM만큼 멋진 사람을 발견하게 된 건 행운이었습니다. 김상욱 교수님은 본인의 이야기에 본인이 자주 심취하셨습니다. 좋아하는 일이 업(業)이 된 덕업일치의 경지에 이른 사람은 반짝반짝 빛이 났습니다.

반짝이는 그를 보며 김상욱 교수님의 팬이 여기 하나, 반짝, 탄생했습니다.


별처럼 탄생한 팬에게 반가운 소식이 날아들었습니다. 교수님이 부산에 강의를 하러 오신다는 것이었습니다. 가까운 곳에서 뵐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 없어서 직장이든 집이든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덜컥 신청을 했습니다. 부디 못 가는 일이 없기를 바라며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그날을 기다렸습니다.


직장도 집도 아주 감사하게 시간을 내게끔 여건을 조성해 줬던 그날, <떨림과 울림> 책을 들고 교수님 강연을 들으러 갔습니다. 가까이서 뵙는 교수님은 친근한 이웃 같았습니다. 90분이라는 시간 동안 강의 원고 한 번 보지 않고 오직 머릿속 내용으로만 기승전결이 완벽한 강연을 해내는 모습은 범접하기 힘든 천재같이 느껴졌고요. 아스라이 멀어지나 싶어 다시 눈을 깜빡이고 보면 또다시 소탈한 옆집 아저씨처럼 다가와 있었습니다.



교수님의 강연은 미리 읽고 간 <떨림과 울림> 속의 전개와 비슷했습니다. 한 치의 오차도 용납하지 않는 차가운 과학 원리들이 우리 삶의 진리와 닮아있음에 감동했던 순간을 강의에서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생명은 화학반응의 집합체다. 생존과 복제가 모두 화학반응에 불과하다. 그런 화학반응들이 어떻게 한데 모여 집합을 이루었는지가 미스터리다. 하지만 개별 화학반응은 원자들이 일상적으로 보여주는 결합과 분열에 불과하다.

- 김상욱 <떨림과 울림> p250
우리는 다른 이의 떨림에 울림으로 답하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나의 울림이 또 다른 떨림이 되어 새로운 울림으로 보답받기를 바란다. 이렇게 인간은 울림이고 떨림이다.

- 김상욱 <떨림과 울림> p6


이 책은 이 모든 세상이 원자로 이루어진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탄생한 생명의 경이로움과 인간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우연하게 이루어진 원자들의 결합, 즉 화학반응이 생명으로 화한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라고요.

이 이상한 생명이 서로 부대끼고 서로의 삶에 영향을 주며 살아가는 거지요. 아니, 서로 부대끼고 영향을 주기 '위해' 살아간다는 게 맞는 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을 쓴 교수님도, 책을 읽고 난 뒤의 감동을 글로 옮겨보려는 저도, 이 글을 읽고 어쩌면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을지 모르는 당신도 모두 원자들이 우연히 결합하여 만들어진 생명이고,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떨림과 울림'을 나누고 있습니다. 원자도 천체도 진동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 마음도 진동하고 있습니다. 이 마음이라는 것이 원자의 결합 어디서 어떻게 발현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분명히 존재하며 나와 당신을 잇고 서로를 울리게 만들고 있습니다.



암호 같은 수식마저 마음을 울리게 하는 마법 같은 책을 만나서 어리둥절합니다. 과학이 이토록 따뜻하고 다정한 것이었나요.

진절머리 나게 이해하기 힘들었던 물리를 이렇게나 쉽게 풀어서 설명하면 도대체 어쩌란 말입니까. 교수님을 고등학생 시절에 만났다면 물리를 포기하지도 않았을뿐더러 전공하겠다고 나설 뻔했습니다.


자신의 연구분야를 정확하게 이해한 사람만이 가진 능력을 교수님은 가진 것 같습니다. 어려운 것을 누구나 알기 쉽게 풀어내주는 능력 말입니다. 덕분에 생명으로 사는 가치를 과학적으로도 깨닫는 안목을 하나 더 얻게 됐습니다.


김상욱 교수님의 다른 책들도 읽어봐야겠습니다.


서로의 고유진동수가 일치하여 공명을 일으키는 가슴 벅찬 순간을 기대하며.




사인받은 책은 가보로 남겨야지요.

사인 속 암호같은 저것은,

양자역학의 기본식이라 하십니다.

또, 아스라이 멀어지는 교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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