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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준현 Feb 26. 2020

01. 업에 대한 serendipity

내 직업을 결정하는 기분 좋은 우연

Serendipity. 기분 좋은 우연.

(네이버 영어사전에서 찾아보면 '뜻밖의 행운 / 우연한 뜻밖의 발견' 등으로 번역된다)

한 사람이 업을 택하는 것에 대해 이보다 더 알맞은 말이 있나 싶다.

내 발자취와 우연이 만나, 내 직업이 결정되는 것 같다.


어릴 때, 심지어 대학에 다닐 때까지 내가 영업을 하게 될 거라곤 상상하지 못했다.

첫 회사는 케이블 방송사였고, 처음 맡은 직무도 영업이 아니었다.

그런 내가 왜 IT 영업을 하게 되었나 되돌아보니, serendipity의 작용이 컸다.

#발자취 내 꿈은 자주 바뀌었다.

외교관, 네일 아티스트, 건축가, 그래픽 디자이너.. 내 학창 시절의 꿈들은 참 다양했다. 굳이 말하자면 이런 장래희망들은 영업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래픽 디자이너가 되려고 미술대학에 입학을 했었고, 외교관 시험 준비를 한다고 PSAT 공부를 했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짧게는 6개월 길게는 2년 정도 시도를 해보고, 내 길이 아님을 깨닫고 다른 길을 걸었다.   


#우연 스물다섯에 취업을 하려고 보니 문과생이 취업할 수 있는 직무 중 영업의 TO가 가장 많아, 자연스레 영업이라는 직무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인사, 재무, 회계 등의 직무는 자격증이 있어야 할 것 같았고, 끌리지 않았다. 그런데 영업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묘하게 끌렸다. 그래서 취업활동을 할 때 대부분 영업직에 지원을 했다.

 

#발자취 돌아보면 취업 전 미술을 할 때도 사람들을 만나 작품을 파는 일을 벌이곤 했다. 내가 그린 미술품을 지인들에게 'Support Art and Help a Friend'라는 문구를 걸고 팔기도 하고, 대학로 팝업스토어에서 직접 만든 엽서와 책갈피를 팔기도 했다. 단순 창작활동에서 그치지 않고 무언가를 팔려고 했던 걸 보면, 이때부터 영업의 끼가 있었나 싶기도 하다.

팝업스토어 당시 이렇게 홍보했었다 ㅎㅎ

 #우연 처음 취업한 곳은 일본의 케이블 방송사였는데, 정규직 사원에게는 영업 또는 고객센터 발령이라는 두 가지 옵션이 있었다. 나는 영업처 발령을 선호했으나, 고객센터로 발령을 받았다. 고객센터에서 전화로 고객을 응대하며 많은 것을 배웠지만, 이때 영업에 대한 열망이 더 뚜렷해진 것 같다.  


#우연 첫 직장에서는 적응을 잘하지 못하고 1년을 못 채우고 다시 취업 시장에 나오게 되었다. 첫 직장에서 아쉬웠던 점 중 하나가 대기업의 비효율이었는데, 이 때문에 두 번째 직장을 찾을 때는 100인 이하의 빠르게 성장하는 (또는 성장 가능성이 큰) 곳을 위주로 봤었다. 대부분 이런 곳은 IT업계, 그리고 스타트업이 많았다. 우연히 대학교 경력개발센터 게시글을 보던 중 한 스타트업의 채용 모집 공고가 눈에 띄었고, '로켓에 올라타겠다'는 마음으로 스타트업에 영업직으로 입사하게 되었다.  


그렇게 IT업계에 발을 들여 영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주변의 직장인들을 보면, 이직이 잦더라도 첫 직장의 산업군과 직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게임업계, 프랜차이즈 업계, IT 업계.. 이들 업계는 이직이 잦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직 소식을 듣고 새 거처를 물어보면 대부분은 이전에 하던 일과 상당히 유사한 일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첫걸음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 취업을 준비하는 이들을 보면,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신중 또 신중을 기해서 지원할 회사를 고르는 친구들이 있다.  


그런데, 아니다 싶으면 언제든 내 진로를 바꿀 수 있으니 미리부터 우려하지 말고, 가끔은 힘을 빼고 내 성향과 노력들이 이끄는 대로 serendipity에 맡겨도 좋다고 생각한다.

나도 그래픽 디자이너를 꿈꿔서 미술 대학에 갔다가, 첫 직장은 방송회사의 고객센터로 발령받았다가, 다시 방향 전환을 한 케이스다. 첫걸음도 중요하지만 그다음의 걸음들로 내 방향은 바뀔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우연으로 영업, 그것도 IT영업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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