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Job담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배준현 Jun 28. 2020

13. 회사에서 좋은 기회를 잡는 법

진인사대천명을 기억하세요.

전 포스팅에서 스스로의 강점을 발전시켜 생각지 못한 기회가 생긴 일화를 소개했다. 오늘은 테리토리 영업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조금 더 이어나가려 한다. 


태초에 척박한 땅이 있었나니

테리토리 세일즈 매니저는 한 산업군 전체를 살피는 영업 직무다 (전 포스팅 참고). 이때 맡은 고객 산업군이 팔고자 하는 솔루션과 합이 잘 맞을 때 '땅이 좋다'라고 하고, 반대로 합이 잘 맞지 않으면 '땅이 좋지 않다, ' '척박하다'라고들 한다. 

그렇다면 2016년 가을 입사 후 내가 배정받은 땅은 어땠을까? 나는 조직이 꾸려질 때 사내에서 어느 정도의 인원이 배정된 후, 회사 외부에서 합류한 사람이었다. "First come, first served"의 법칙은 새 부서가 꾸려질 때도 적용되는 법. 당연히 내부에서 새로운 팀에 먼저 합류한 사람들이 일명 '좋은 땅'을 가져갔고, 내가 입사했을 때 남은 땅은 비교적 '척박한 땅'이었다. 


좋지 않은 땅을 배정받았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순 없었다. 시장분석을 하고 어떤 영업기회가 있는지 샅샅이 보았다. 규모와 가능성에 따라 영업기회를  A/B/C군으로 나누어보니 A군이 거의 없었지만, 우리 솔루션이 조금이라도 적합해 보이는 곳이 보이면 잠재 고객사로 두고 어프로치를 했다. 

영업은 끊임없는 시행착오로 배우는 것이라 생각했고 이를 위해서는 최대한 많은 고객을 만나봐야 했다. 콜드 콜과 콜드 메일, SNS를 활용한 콜드 메시지를 많이도 보냈다. 고객사 리서치를 하고 니즈를 파악하여 조금이라도 개인화된 메시지를 보내려다 보니 한 회사당 연락하는데 최소 1시간이 걸렸다. 더 효율적인 방법을 찾다가 영업을 같이 도와줄 파트너사를 섭외했고 페이스북 광고를 집행하며 인바운드를 유도하기도 했다. 그렇게 되던 안되던 주 최소 3회 고객 미팅을 진행했다. 

2017년 5월 어느 주간의 일정. 고객 미팅 6개를 포함하여 제안 작업, 콜드 콜 등으로 바삐 움직였다. 금요일엔 휴가를 갔다.

그렇게 열심히 한 결과는 어땠냐고? 입사 후 첫 6개월 간 계약을 하나도 수주하지 못했다. 물론 부서가 한국에서 세팅된 지 얼마 안 됐고, 부서 전체에서 수주 경험자가 적을 때이긴 했다.  B2B 영업은 세일즈 사이클(sales cycle)이 길어서 6개월 만에 가시적인 성과가 없을 수도 있다고 머리로는 생각했지만, 지난 직장에서 매달 수주를 찍어내던 입장에서 답답했다. 

그렇다고 성과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2016년 하반기와 2017년 상반기에 부서에서 가장 많은 고객을 어프로치하고 영업기회를 만들어낸 공으로 best performer award를 받았었다. 하지만 마음 한편, 수주를 못 한 것에 대한 불편함이 도사렸다. 지난 6개월 간의 나의 행적이 단순한 삽질이었는지, 앞으로의 토대를 닦은 것이었는지 혼란스러웠다.

비옥한 땅을 선물 받다.

그렇게 2017년의 절반 정도가 지나가고 회계연도가 바뀌는 시기가 왔다. (오라클은 매 6월 1일 회계연도가 시작된다) 약간의 인원 변동이 있었기에 테리토리 재조정의 움직임이 있었고, 팀원 모두 좋은 땅을 받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테리토리 중 IT 산업군이 솔루션과의 핏이 좋아서 굉장히 매력적이었는데, 기존 담당자가 퇴사를 하며 붕 떠있는 상황이었다. 이 '황금 땅'을 포함하여 테리토리 재조정 관련 팀장님과 팀원들의 면담이 이어졌다. 당시 팀장님은 개인의 성향과 역량을 고려하여 어떤 테리토리를 누구에게 배정할지 고심했을 터다. 


그리고 얼마 후 6월, IT 산업군은 내 담당이 되었다. 나에게 이런 날도 오는구나 싶었다. 이 땅을 배정받기 위해 어필했던 팀원이 한 둘이 아니었을 텐데, 왜 나에게 주어졌는지 생각해보았다. 테리토리 재조정 후 주변 동료들로부터 받은 코멘트에서 힌트를 얻었다. '너는 받을 만 해.' '그동안 안 되는 곳에서 고민도 하고 열심히 했는데, 이제 스퍼트를 받아서 잘할 일만 남았네.'


그동안의 삽질(?)이 상무님과 팀장님의 눈에도 든 것일까. 노력이 가상했는지 좋은 땅을 주셨고, 이후 6개월 동안 2개의 계약을 수주할 수 있었다. 이 외에도 수주에 실패했지만 누구보다 많은 딜을 진행하며 한층 성장할 수 있었다. 


어릴 적 우리 집 가훈은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었다. 여러 해석이 있지만 우리 집에서는 '최선을 다하고 나머지는 하늘의 뜻에 맡겨라'는 의미로 쓰였다. 최선을 다 했다고 무조건 좋은 결과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배움과 성장이 따라오며, 언젠가는 하늘이 응답해줄 수도 있지 않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