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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준현 Jun 20. 2020

12. 관종녀, 부서의 마스코트가 되다

내 강점을 계속 발전시키는 방법

2016년 11월 오라클 디지털 프라임 (ODP) 사업부 입사 후, 약 3개월 간의 달콤한 허니문 기간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회사에 기여해야 할 때가 찾아왔다. 회사와 조직에 대한 이해가 어느 정도 생겼고 프로덕트 및 세일즈 트레이닝을 마친 터였다. 한 사람의 영업 대표(sales representative)로서 내 담당 산업군을 배정받았고, 이제부터 스스로 헤쳐나가야 했다.


테리토리 세일즈, 뭐부터 해야 할까  

테리토리 세일즈 매니저란?

영업에는 여러 가지 직무가 있는데 잘 정리되어있는 포스트가 있어서 첨부한다. 이 중 나는 Territory Sales Manager에 속했는데 특정 고객사 몇 군데를 담당하는 것이 아닌 한 산업군(indunstry) 전체를 살피는 역할이었다. 산업군의 예로는 소비재 (Consumer packaged goods), 여행(Travel&Transportation), 기술(Information Technology) 등이 있다. 산업군는 영업 영역(sales territory)이라고도 불리며, 내 주변 동료들은 테리토리를 '땅' 또는 '영역'이라 부른다. 테리토리와 솔루션의 합이 잘 맞을 때 '땅이 좋다'라고 하며 합이 잘 맞지 않아 비교적 영업이 힘든 곳은 '땅이 좋지 않다' 등의 표현을 쓴다.


테리토리를 배정받은 후에는?

내가 배정받은 테리토리는 미디어 엔터 산업군이었다. 테리토리가 정해진 후 약 한 달 정도는 시장분석을 하며 이 땅을 어떻게 공략할지 전략을 짰다. 시장에 어떤 잠재고객과 영업기회가 있는지 파악하고, 솔루션과의 합을 고려하며 규모와 가능성에 따라 영업기회를  A/B/C군으로 나누었다. 그리고 각각의 그룹에 속하는 고객사들에게는 어떤 접근법을 취할지 세일즈 플레이(sales play)를 고안했다.

A군은 규모가 큰 영업기회로 가장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이들에 대해서는 링크드인을 포함한 각종 방법을 동원하여 담당자의 연락처를 알아내고 이들에게 맞춤 제안을 했다. B군은 규모가 작지 않으나 비교적 우선순위가 높지 않은 영업기회로 채널 파트너(고객에게 솔루션을 대신 판매해주고 구현을 도와주는 회사)와의 협업을 활용하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C군은 우선순위가 낮으나 여전히 살펴보면 좋은 영업기회들로, 1:1 접근법보다는 세미나 초청 등 확장 가능한 접근법(scalable approach)을 취하고자 했다.


관종녀가 소셜 셀링을 만났을 때

소셜 셀링이란?

소셜 셀링이란 영업이 LinkedIn, Facebook 등의 소셜 미디어를 이용하여 잠재고객을 리서치하고, 고객들과 접점을 가져가며 소통을 하는 일련의 활동을 일컫는다. 이는 우리에게 조금 더 익숙한 소셜 미디어 마케팅과는 다른 콘셉트이다. 소셜 마케팅의 목적은 사용자에게 공유할 수 있는 콘텐츠(sharable contenets)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며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거나 특정 제품 및 서비스를 홍보하는 데 있다. 반면 소셜 셀링의 목적은 잠재 고객에게 산업 및 솔루션 관련 지속적인 통찰을 제공하며 관계를 형성하는 데 있다.

2016~2017년도에는 한창 소셜 셀링(social selling)이 화두였다. 경영학 잡지 중 유명한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에서도 2016년 11월 "How B2B Sales Can Benefit from Social Selling"이라는 기사를 내며 소셜 셀링에 대해 다룰 정도였다. 기존의 전통적인 영업 방법이었던 콜드 콜 또는 콜드 메일을 통한 아웃바운드 영업이 점점 효력을 잃어가며 새로 지향해야 할 방법으로 소셜 셀링이 떠오른 것이다. HBR의 기사에 따르면 소셜 셀링 스킬이 있는 영업은 해당 스킬이 전무한 사람보다 6배 이상의 성과를 낼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2017년 초 유튜브 올렸던 자기소개

관종녀, 소셜 셀링의 시류를 타다

이렇게 소셜 셀링이 강조되고 있을 때 오라클에 입사한 덕에 회사에서 관련 교육을 종종 받았다. 회사는 블로그, 페이스북, 링크드인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서 고객과 접점을 이어나가도록 장려했으며, 이에 대한 KPI를 세팅하기도 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나에게 호재였다. 이전 직장에 있을 때부터 어떻게 하면 영업을 잘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나도 모르게 소셜 셀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참고). 카카오톡 플러스친구와 블로그를 개설하여 회사의 솔루션에 대해 홍보하며 고객과 접점을 가져갔었고, 비즈니스용 페이스북 계정을 만들어 도도 포인트 관련 내용을 쌓아오던 차였다. 이전 회사 인사팀장님이 내 강점으로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을 말씀해주셨는데, 이런 강점을 새 직장에서 그대로 살리면 되는 것이었다.


게다가 나에게는 관종 끼가 있었다. 매체에 노출되고 여러 군데 알려지는 것에 거리낌이 없는 성격 탓에 주변 사람들이 관종녀라고 놀리곤 했다. 이직 후 관종녀로서 어떻게 하면 소셜 셀링을 잘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새로운 매체를 뚫어보기로 했다. 바로 유튜브였다. 한 영업 담당자가 콜드 메일을 보낼 때 자기소개 영상을 메일에 첨부하니 효과를 보았다는 해외 사례를 보고, 퇴근 후 집에서 영상을 찍었다. (정말 정말 오글거리고 어색하고 흑역사라서 unlink 처리했는데, 독자분들께 부끄러운 링크를 공유해본다) 그리고 다음 날부터 이메일 서명란에 디폴트로 자기소개 영상 링크를 넣었다. 이것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지 모른 채..

자기소개 영상이 가져온 결과: 부서의 얼굴이 되었다.

영상 첨부는 라포 (rapport, 신뢰) 형성에 효과가 있었다. 메일을 주고받다가 미팅으로 이어진 고객들은 나를 훨씬 친근하게 대했다. 영상을 잘 봤다는 코멘트부터 촬영을 어디서 했냐는 질문까지, 영상 자체가 하나의 아이스 브레이킹 요소로 작용했다. 오라클 퇴사 후 영상 unlink처리를 했는데 약 15개월 간 조회 수가 1300회가 넘으니, B2B 영업 특성을 감안하면 상당히 많은 잠재고객에게 자기소개가 도달한 것이리라.

영상을 올리고 한 달이 지나자 오피스엔이라는 매체에서 연락이 왔다. 오피스엔에서 운영 중인 굿피플 코너에 내 인터뷰를 올리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퇴근 후 찍은 1분 남짓의 자기소개 영상은 인터뷰로 이어져 더 많은 분들께 오라클과 나 자신에 대해 알릴 계기가 된 것이다. (당시 인터뷰 기사)

회사는 이러한 행보를 긍정적으로 보았고 이후 나는 각종 행사 호스팅을 맡게 되었다. 그러다 부서에서 운영하던 블로그에 대표로 인터뷰되더니, 타 부서에 내 케이스가 성공사례로 소개가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 후 타 부서 전원이 자기소개 영상을 찍고 이메일에 영상을 첨부하게 되었는데, 그때 배준현 때문에 귀찮게 되었다고 욕을 좀 먹었다고 한다.


테리토리 세일즈 매니저로서 여러 고객에게 확장성이 있는 접근을 취하고 싶었고, 시장에 존재하는 수많은 잠재고객에게 내 진심을 전하고 싶었다. 그 방법에 대해 고민하던 차 내 강점인 소셜 셀링을 활용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1분 남짓의 영상을 업로드하고 나니 고객과의 라포 형성뿐 아니라 기대치 않았던 퍼스널 브랜딩이 따라왔다.

모든 사람이 매체에 얼굴이나 이름이 알려지는 것을 반기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내가 행해왔던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실현 불가능할 수도 있음을 안다. 그러나 한 번쯤 내 강점에 대해 생각해보고, 회사에서 이를 어떻게 발전시켜나갈 수 있을지 고민해봄직 하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생각지 못한 기회가 생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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