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빠른 러닝 커브를 위한 결심
2016년 가을 오라클에 합류한 이후 감사한 경험을 많이 했다. 온보딩을 도와주는 선배들, 합이 맞는 동료들도 있었다. 2017년 하반기가 되어 '좋은 영역'도 받은 터였다. 그러나 입사 1년 후 내가 이 회사에서 목표했던 성장을 이루고 있는지 돌이켜보았을 때, 스스로에게 자신 있게 YES라 대답하기 어려웠다.
1년 동안 밀도 있게 많은 걸 배웠다. 영업력이 강하다고 소문난 회사에서 수십 년간 쌓여온 영업 노하우, 비즈니스 체계를 익혔다. 덕분에 시장 전체를 분석하고 영업기회들을 분류하여 전략(sales play)을 짤 수 있는 감을 얻었다. 고객에게 콜드 콜, 콜드 메일을 할 때 적용 가능한 세세한 팁을 얻었고, 영업 대표(sales representative)로서 내부 컨설턴트, 기술지원 담당, 협업사 관계자 등 다른 모든 사람들을 이끌고 수 억짜리 제안을 하고 딜을 성사시키는 경험도 해보았다. 이전 직장에서는 경험해보지 못한 스케일과 리더십이었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 세일즈 사이클(sales cycle)이 길다 보니 성공 및 실패를 경험해볼 수 있는 횟수가 적었다. 1년 동안 딜을 본격적으로 제안한 건수가 약 10건, 수주한 것이 2-3건이었다. 수 억짜리 제안이기도 하고 기본 영업기간이 6개월 이상 걸린다고 하지만, 더 많은 수주를 통해 경험을 쌓고 싶었다.
몸 쓰는 방법을 배우는 것과 영업은 비슷한 면이 있다.
자전거를 타는 방법에 대해 책으로 읽는 것과 직접 타보는 것이 천지 차이인 것처럼, 영업도 가설을 세우는 것보다 직접 부딪히며 배우는 것이 훨씬 빠르다. 자전거를 한 번 타는 데 성공하면 한 손을 놓고 타보기도 하고 몸을 앞뒤로 기울여서 타보기도 하며 스스로에게 최적의 타는 법을 익히게 된다. 이처럼 영업도 제안 건수가 많으면 성공 경험을 통해 쌓은 자신감으로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며 갑절로 성장할 수 있다.
많은 실패를 통해 빨리 배우고, 마침내 성공을 경험하면 선순환으로 또 다른 성공 경험이 따라온다.
그렇게 나는 입사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이직에 대한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법인영업의 정수를 배우고 싶어 이직을 했었는데, 지난 1년 간 밀도 있게 익힌 노하우들을 더 빠른 주기로 적용하고 싶었다. 그러려면 다음 회사는 최대한 많은 수주 경험을 할 수 있는 회사여야 했다.
링크드인에 올라와있는 IT 영업직 채용 공고를 둘러보다가 지금 팀의 공고를 보게 되었다.
"Account Manager, Online Partnership Group (OPG), Google"
구글이라면 지메일, 구글 지도, 유튜브 등 10억 명 이상의 유저를 보유한 서비스만 여러 개가 아니던가. 여기서 영업을 한다면 다양하고 많은 고객과 상호작용을 하며 성공경험을 빨리 쌓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홀린 듯이 직무 설명(job description)을 읽으며 어떤 솔루션을 영업하는지 살펴보았다. 애드센스와 애드몹이라는 단어가 눈에 띄었고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200만, 100만이라는 수치가 눈에 띄었다.
스포카에서 일할 때 고객사가 10,000여 곳이었고 오라클에서 내가 맡은 프로덕트의 고객사 수는 약 2,000개였다. 그런데 100만 단위의 숫자라니. 비즈니스 모델이 다르기에 고객 모수가 다르겠지만, 차원이 다른 수치를 보니 놀랐고 설레었다. 수많은 고객과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퇴근 후 지원 버튼을 누르고 입사 지원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