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포스팅에서 오라클에서 다시 이직을 결심하고 구글에 입사 지원한 이야기를 했다. 그렇게 입사 지원을 하고, 단번에 합격해서 입사했다면 '그들은 그렇게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고 끝나는 동화 같은 이야기가 되었을 거다. 하지만 인생은 내가 계획한 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2017년 가을부터 겨울까지 수 차례에 면접을 보았다. 한 단계를 끝내고 얼마 후 다음 단계를 안내받을 때 묘한 쾌감을 느꼈다. 웬만한 면접에서의 느낌이 좋았고, 일이 이렇게 술술 풀려도 되나 신기했다. 12월에 최종 면접을 본 후 마지막 결과만을 기다릴 때였다. 리크루터(채용 담당자)에게 연락이 왔는데 결과는 불합격이었다.
'아.. 어쩐지 너무 잘 풀린다 싶었어.' 내 자린 줄 알았는데, 가까이 왔는데, 다른 사람에게 기회가 갔다. 결과를 받아들이고 일상으로 복귀하여 지금 회사에서 더 경험을 쌓자는 생각이었다.
그러다 우연히 해당 부서의 계약직 자리가 공석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그 자리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약직 자리는 나보다 경력이 더 낮은 주니어가 가는 곳이었고, 연봉이 절반이었으며, 정규직에 비해 직업 안정성도 없었다. 아무리 봐도 이성적인 선택이 아니었다. 주변에서도 미쳤다고 했다.
그러나 면접 경험을 거치며 지원한 팀의 사업이 앞으로도 성장할 것으로 보였고, 사업이 크면서 1-2년 내에 인원이 늘어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인원을 뽑을 때 다시 지원해봐도 되겠지만, 더 빨리 그 팀에 가서 팀의 사업을 익히고 싶었다.
그리스로 떠난 퇴사 여행. 델피 신탁에 들러 나의 2018년을 점쳐보고자 했다.
그렇게 스물아홉에서 서른으로 넘어가던 시기, 모험을 택했다. 서른이면 늦지 않고, 내 직관과 선택이 틀렸더라도 만회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들어간 팀에서 자리가 나지 않더라도 그동안 경험을 쌓고 인정을 받아 다른 팀에서 정규직 자리를 얻을 수 있다고 믿었다.
2018년 1월. 이십 대에서 삼십 대가 되었고, 직장이 바뀌었다. 정규직에서 계약직이 되었고, 영업을 주체적으로 하던 영업 대표(Business Developmenet Manager)에서 프리세일즈로서 영업대표를 돕는 사람(Sales Development Manager)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