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월, 나이의 앞자리가 바뀌며 구글에 계약직으로 입사했다. 이 보 전진을 위한 일 보 후퇴의 마음으로 영업 대표(Business Developmenet Manager)에서 프리세일즈 (Sales Development Manager)가 되었다.
소식을 어떻게 알았는지 많은 분들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새 직장에서의 동향을 물어보시는 분들도 있었고, 어디선가 나의 향방에 대해 폄하하는 말을 듣고 우려를 전하는 분들도 있었다. 내 이직 이야기가 잘 모르는 사람들의 술자리에서 안주처럼 쓰인다는 것이 유쾌하진 않았지만, 같은 직무에 오래 머무를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기에 아랑곳하지 않기로 했다.
기본으로 돌아가기: 머리, 가슴, 몸으로 일하기
직무나 계약 형태에 나 자신을 한정 짓고 싶지 않았다. 한국의 Online Partnership Group 부서에서 프리세일즈를 담당하는 사람은 나 하나였다. 신규사업의 가장 첫 단추를 꿰는 직무를 맡은 유일한 사람으로서 어떻게 맡은 일을 잘 해낼지 고민했다. 그리고 스타트업 재직 시부터 줄곧 해오던 대로 주체성을 갖고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며 빠르게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참고: 머리, 가슴, 몸을 써라)
입사 당시 프리세일즈 직무에 대한 체계적인 문서나 교육자료가 미비했다. 그래서 전임자 없이 일을 익혀가며 매뉴얼을 하나하나 정리했다. 직무를 스스로 정의해보았고, 각각의 업무 범위에서 어떤 일들을 어떤 툴을 사용해서 처리하면 효율적인지 A4 두 장 분량으로 정리했다. (아웃링크가 많이 붙어있는 원스톱 창구처럼 정리했다) 이렇게 업무를 재정립하고 새로운 시장, 고객과 프로덕트를 익히는 데 약 한 달이 걸렸다.
입사 한 달 후부터는 잠재고객에게 어프로치를 하기 시작했다. 효율적으로 영업을 하기 위해 기존에 사용하던 스프레드시트의 구조를 바꾸고 나만의 루틴을 짜갔다. 이를테면 매주 월요일에 몇 가지 시스템과 대시보드를 체크하여 잠재고객 리스트를 업데이트했고, 화수목 오후 2시간씩은 콜드 콜과 콜드 메일을 집중적으로 하는 시간을 만들었다. 다양한 고객에게 어프로치 하며 메일과 전화의 메시지를 다듬어나갔다.
입사 3개월 후, 더 많은 고객에게 다가가기 100여 명 규모의 이벤트 호스팅을 제안하여 주최했다. 세미나의 한 세션을 맡아 진행하기도 했다. 비슷한 시기에 영업 대표의 제안을 돕기 위해 기존 영업자료들을 업데이트하고 고객사 카테고리별, 프로덕트 별 맞춤형 자료들을 만들었다.
그렇게 2018년 상반기 내에 사수와 함께 수백 개의 회사를 수주했고 (새로운 파트너로 만들었고) 전년비 2배 이상의 매출 성과를 냈다.
더운 여름날 받은 선물
추운 겨울에 입사하여 더운 여름날을 지나고 있을 무렵이었다. 팀의 사업이 성장하면서 새로운 정규직 자리가 났다. 그동안 적극적으로 일한 덕일까. 부서원들의 큰 지지에 힘입어 채용 프로세스를 모두 통과했고 8월, 같은 팀의 정규직 포지션인 영업 대표(Business Developmenet Manager)로 최종 오퍼를 받았다.
최종 오퍼를 받고 부서원들로부터 받은 케이크.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찹쌀 도넛을 듬뿍 얹어주었다.
새로운 자리가 생기는 데 1년 이상은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었는데 생각보다 기회가 빨리 왔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을 생각하며 새로운 직무에서 맡은 일에 매진했더니 좋은 결과가 따라왔다. 그렇게 내 '모험'은 2017년 가을에 도전했던 일자리를 1년 늦게 얻는 것으로 끝이 났다.
정신력이 강하다는 말을 자주 듣지만, 그런 나로서도 모험의 여정이 늘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었다. 내 향방을 깎아내리는 평을 제삼자로부터 듣거나 계약 형태로 인해 특정 시스템을 사용하지 못할 때 등, 내 선택에 대해 회의를 느끼는 때도 있었다. 그때마다 나에게 무한 신뢰를 보내준 가족과 동료들, 그리고 상사가 있어 버틸 수 있었다. 좋은 사람들을 곁에 둔 인복에 감사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