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의 집밥과 음식 일기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
삶의 낙의 과반수 이상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씹는 것이든 마시는 것이든 가리지 않고 산해진미를 입에 넣고 음미할 때만큼 행복할 때가 없다.
위를 채우기 위해 간단히 끼니를 때우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학생 땐 종종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을 사 먹고, 먹는 시간을 줄이고 자는 시간을 늘리자는 주의였다.
미미(美味)에 대한 나의 갈망은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아마 취직 후 주머니가 조금씩 채워지면서였던 것 같다. 두세 살 터울의 언니들과 유명한 맛집에 들르기 시작하면서 세상엔 맛있는 게 참 많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나이가 들며 조금씩 줄어든 소화능력도 한몫했을지 모르겠다. 내 위가 하루에 소화할 수 있는 양에는 한계가 있기에, 매 끼니를 맛있는 음식으로 채우고 싶었다.
어느샌가 나는 망고플레이트, 구글 지도, 카카오 지도, 인스타그램 등을 이용하여 나만의 맛집 리스트를 만들고 있었다. 가고 싶은 곳으로 저장해놓은 맛집에 기회가 될 때마다 찾아가 메뉴를 맛보고, 기대와 맛이 일치할 때면 황홀함에 박수가 나왔다.
맛깔난 음식점들을 찾아다니는 데는 도가 텄지만 요리에는 1만큼의 재능도, 관심도 없던 터였다. 삼시 세 끼를 집 밖에서 해결했기에 내 냉장고는 항상 텅텅 비어있었다. 냉장고는 음식 보관용이 아니라 인테리어용으로 구매한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또는 여름에 가끔 열어보고 시원해하는 정도?
그러던 내게 2020년,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변수가 생겼다.
밤에 잠깐 눈을 붙이는 용도로만 집을 사용했었는데, 재택근무가 길어지며 집에 있는 시간이 대폭 늘었다. 회사에서 아침 점심을 해결하고 저녁도 외식을 했었는데, 집에서 당장 삼시 세끼를 해결해야 했다.
요리의 'ㅇ'도 하지 않던 나는 당장 멘붕이 왔다. '오늘 뭐 해 먹지'라는 고민을 매일 하게 되다니..
슈퍼에서 보관이 용이한 우유, 오트밀, 계란 등의 기본적인 식재료를 샀다. 식재료 보관에 자신이 없는 내게 과일, 채소와 같은 신선식품은 사치였다. 그렇게 2-3월은 주구장창 여러 변주의 오트밀 또는 오믈렛을 먹었다. 당시 식사를 찍어 SNS에 올리니 먹는 것이 꼭 수도승 같다며, 그렇게 먹으면 마음의 평화가 올 것 같다는 코멘트를 더러 들었다. 덕분에 Monk Bae라는 별명도 생겼다.
그로부터 두 계절이 지나간 지금, 나는 요리라(고 쓰고 조리라고 읽)는 새로운 삶의 낙을 찾았다. 신선하고 질 좋은 식재료를 다양하게 활용하여 그릇에 보기 좋게 담아내고 이를 천천히 감상하며 먹는 것이 취미가 되었다.
코로나 시대의 미식가의 생활이랄까. 맛집을 찾아다닐 수 없으니 집에서 먹을 수 있는 식사에 돈과 시간을 쏟기로 한 것이다.
코로나 블루에 맞서는 노하우는 특별할 것이 없다.
세 끼를 직접 해 먹으며 오감으로 맛을 느껴보다 보면 어느새 기쁨과 감사의 마음이 차오른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집콕이 이어지는 요즈음, 오늘 뭘 먹을지 고민인 당신에게 내가 맛있게 먹었던 식사를 공유하며 마음의 허기를 채워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