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ging

천천히 보고 싶은 순간들

by 시옷



아주 어렸을 때부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시간을 원했다. 어른으로 성장한 나를 상상할 때마다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떠올렸다. 혹은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들. 그림을 그리고 싶은 욕구, 그건 미대 입시를 치른 뒤 상급 학교에 들어가고 싶은 욕구와는 다른 것이었다.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이 미대에 진학하는 건 물 흐르듯 분명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하지만 나는 미대를 졸업하지 않았고, 미대에 가기 위해 제대로 노력해 본 적도 없다. 그저 언젠가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으로 살 것 같다는 생각을 꽤 지속적으로 했을 뿐이다.

그림을 그리는 일은 여전히 즐겁고 아주 가끔은 내가 그린 것들이 마음에 들 때도 있다. 하지만 종종 혼란에 빠진다. 혼란에 빠지는 경우는 이럴 때다. 앞으로 계속 그림 그리는 작업을 지속하고 싶을 때. 대학 전공이 인생에 지대한 지분을 차지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혼자 더듬 더듬 그림을 그릴 때면 길을 잃고 마는 것이다. 종종 생각한다. 그림을 그리고 싶은 마음의 시작에 대해. 나는 어느 곳을 기원 삼아야 할까.

그림을 전공한 사람들은 오랫동안 대상을 바라보는 것과 그리는 일에 대해 훈련 받았으니 관련 분야를 직업 삼거나 앞에 나서서 활동하는 일이 어색하지 않다. 하지만 나는 그런 훈련을 받지 않고 살다가 작년부터 그림 그리기에 몰두하고 있다. 그림을 그리고 싶은 마음이 아주 어릴 적부터 컸다 할지라도 실제로 몸을 움직인 건 얼마 되지 않는다.

가끔 이런 마음이 신기하면서도 혼란스럽다. 아무 관련 없는 생활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갈망 같은 것들. 그건 누가 불어넣었고 어떻게 자리를 잡았을까.




keyword
작가의 이전글어떤 뒷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