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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은 Jul 24. 2020

음계 (Scale) 2

음계의 종류, 조성이 성립되지 않는 음계들

음계(Scale)는 한 음을 기초로 규칙성(일정한 음 간격)을 가지고 나열한 음의 순서이다. 서양음악(클래식)의 역사가 조성 음악을 중심으로 발전하게 되면서 특히 장음계와 단음계가 중점적으로 사용되어 왔지만, 그 외에도 다양한 많은 음계들이 존재해왔다.

어떤 음계든지 일정한 '규칙성', 그리고 시작하는 '기준음'이 중요한 요소인 것은 변함이 없지만, 조성이 성립되지 않는 음계들이 가지는 기능과 음색은 견고히 세워진 조성적 틀에서 벗어나 또 다른 음악적 가능성을 제시해준다.



1. 교회 선법 (Gregorian mode, Church mode)

장음계와 단음계가 온음계(Diatonic Scale, 온음과 반음으로 조직된 7음 음계)의 한 종류임을 지난 글에서 언급했었는데, 장/단조의 음조직으로 전환되기 이전에 중세 및 르네상스 시대에 사용되었던 교회 선법은 이러한 온음계의 인식을 가지게 한 시작점으로 볼 수 있으며, 조성 음악으로 발전되는 과정 안에서 중간 단계로 여겨지기도 한다.

교회 선법은 종교음악을 중심을 발전되었던 당시의 그레고리오 성가로부터 체계화된 음계로, 이를 모드(Mode)라 하여 16세기에 이르기까지 12가지의 선법으로 발전, 확립되었다. 먼저는 도리아(Doria), 프리지아(Phrygia), 리디아(Lydia), 믹솔리디아(Mixolydia)의 4가지의 정격 선법과 각 음계에서 파생된 변격 선법(음 간격은 같지만 4도 아래(5번째 음)부터 시작)인 히포도리아(Hypodoria), 히포프리지아, 히포리디아, 히포믹솔리디아 이렇게 8가지의 선법으로 이루어져 있었으나, 후에 2가지 정격 선법 에올리아(Aeolia), 이오니아(Ionia)와 이에 따른 2가지 변격 선법이 더해지면서 16세기경에는 모두 12가지의 선법이 완성되었다. 여기서 이오니아(Ionia)는 이후의 장음계, 에올리아(Aeolia)는 단음계로 발전한 전신 음계로 여겨진다.

당시 각 선법을 마치 캐릭터처럼 성격과 색깔을 구별하여 놓았으며 (기쁨의 음계 혹은 슬픔의 음계 등) 음악적 표현에 따라 알맞은 음계를 사용하였다.


정격 선법과 변격 선법의 예


장/단조의 조성체계가 우세해지면서 교회 선법은 점차 사용되지 않았지만 조성 음악 안에서도 간간히 차용된 것을 발견할 수 있으며, 특히 20세기 이후에 다시 고려되어 재즈(Jazz) 및 대중음악에서 현대 선법(Mode)으로 가져와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다음은 현대 선법으로 정립된 음계들이다. 각 모드별 온음과 반음의 음간격이 다른 것과, 이에 따라 구성되는 각 음계들을 확인해보자. (시작음은 모두 같은 C음이다.) 로크리안(Locrian)의 경우 과거 실제 음악에선 사용되지 않은 이론상의 선법인데, 19세기 이후로 쓰이기 시작하여 현대 선법에는 포함되어있다. 재즈 음악의 경우 각 코드마다 해당 선법 음계를 적용하여 화성적 구속에서 벗어난 즉흥연주, 애드리브 라인 등에 활용하고 있으며 전형적인 조성의 테두리에서 벗어나 개성 있는 연주를 가능하게 한다.



음계가 꼭 7음으로 구성될 필요는 없다. 일정한 규칙과 함께 특정한 음색을 가지는 또 다른 음계들도 존재한다.


2. 5음 음계 (Pentatonic Scale)

5음 음계는 아시아를 비롯한 많은 나라의 전통 민속음악에 사용되어왔으며 그 발견 지역이 폭넓게 퍼져있다. 우리나라의 국악 또한 5음 음계의 구성을 가지고 있다. 각 지역 및 국가마다 조금씩 구성이 다르지만 ‘도레미솔라’ 구조가 가장 대표적이다.


클래식에서도 드뷔시, 라벨 등 많은 작곡가들이 동양적인 색채나 색다른 음악적 효과를 위하여 이 5음 음계를 활용하기도 하였다.


3. 온음 음계 (Whole tone scale)

온음 음계는 (온음계(Diatonic Scale)와 헷갈리지 말자.) 이름과 같이 모든 음계가 온음으로 이루어진, 즉 한 옥타브가 6개의 온음으로 동일한 음 간격을 가지는 음계를 말한다. 온음 음계는 조성에서 벗어나 시작과 끝이 모호하고 불분명한 느낌을 주며, 음간격이 모두 같기 때문에 어떤음으로도 시작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19세기 말 인상주의 작곡가로 대표되는 드뷔시가 즐겨 사용하였다.


Sample_01

Debussy - 피아노를 위한 전주곡 제1집 제2번 돛 (Voiles, 1910)

드뷔시는 기존의 조성체계로는 표현할 수 없는 것을 표현하고자 다양한 음계를 활용하여 새로운 음색과 그만의 화성 어법을 구축한 인상주의를 대표하는 작곡가이다. 그의 피아노곡 'Voiles'는 곡 전체에 온음 음계를 사용하여 작곡한 곡 유명하며, 모호하면서도 멜랑꼴리한 분위기가 인상적인 곡이다.


4. 반음계 (Chromatic scale)

반면 한 옥타브를 전부 12개의 반음으로 구성한 반음계는 사실 음계 자체로 특정한 기능을 가지는 것보다 색채적인 활용을 위한 수단이나 더 나아가 하나의 음악적 사상처럼 여겨졌다. 반음계는 화성적 어법 안에서 음악 중간중간 패시지로 사용되어 왔으며 때문에 곡 전체에 “반음계를 사용했다”라고 말하기보다 “반음계적 화성을 사용했다”, 혹은 “반음계적으로 진행했다”라고 말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반음계는 온음계적(Diatonic) 사용과는 반대되는 개념으로 강력한 조성의 기능을 흐리고, 명확한 해결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었다. 이러한 반음계주의는 19세기 낭만주의 음악으로 갈수록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 발전되었으며 점차 조성의 기능을 약화시키고 위태롭게 하여 종내에 무조성의 현대 음악으로 나아가게 되는 흐름을 보여준다.

용도에 따라 반음계의 종류가 조금씩 다르지만 주로 올라갈 때는 샵을, 내려갈 때는 플랫을 붙여 사용한다.


5. 8음 음계 (Octatonic Scale)

한 옥타브가 8개의 음으로 이루어진 8음 음계는 음간격을 온음과 반음이 번갈아가며 교대하여 구성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8음 음계는 온음으로 시작하는 음계와 반음으로 시작하는 음계, 2가지 경우가 존재한다. 스트라빈스키, 스크리아빈, 바르톡 등 조성을 거의 벗어난 후기 낭만시대(19세기 말) 음악에서 사용된 것을 발견할 수 있으며, 당시에는 주로 화음적인 요소로 사용되었다. 오늘날 재즈 음악에서는 감7화음의 즉흥 선율을 위한 음계로 활용된다.



조성의 틀 안에서 한계와 답답함들 느낀 19세기 후반 작곡가들은 더 나아가 스스로 자신만의 음계를 만들어 직접 음악에 사용하는 경우가 종종 나타난다. 이는 반음계적 화성의 확장으로 보이며 기존 화성에서 나아가 본인들의 새로움을 더한 것으로 분석된다.


6. 스크리아빈 음계 (Mystic chord/scale)

스크리아빈은 19세기에서 20세기로의 전환기에 활동한 러시아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로, 8음 음계 등 조성을 벗어나는 음계 및 화성을 자주 사용하였다.

스크리아빈은 자신이 직접 만든 신비 화음(Mystic Chord)과 이를 순서대로 나열하여 펼친 신비 음계(Mystic Scale)를 사용하여 개성적이고 독창적인 음악을 많이 작곡하였는데, 그 결과 그만의 독특한 음향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그의 작품 ‘프로메테우스’에서 이 독특한 음렬이 사용되어 프로메테우스 음계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처럼 조성으로는 묶일 수 없는 혼합 음정을 만들고, 그에 따른 음계를 활용하는 사례들이 스크리아빈뿐만 아니라 특히 현대음악에 가까워질수록 자주 찾아볼 수 있다.


Sample_02

Scriabin - Piano Sonata No.5 Op.53 (1907)

신비 화음, 신비 음계를 대담히 사용한 단 악장의 대곡 소나타로 조성을 정확하게 구분 지을 수 없는 모호함이 두드러진다. 무조로서의 접근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곡이다.



많은 음계 중 몇 가지를 소개했다. 장음계와 단음계 중심의 견고한 조성 음악에서 벗어나 점차 새로운 음색과 음향을 표현하려는 시도로써 이러한 다양한 음계들이 사용된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곧 조성 음악이 추구했던 완전성으로부터 해체의 움직임이며 끝내 20세기 완전한 해체와 평등의 12음렬이 나타나게 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린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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