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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은 Aug 18. 2020

조성 (Tonality), 음의 위계질서

음의 역할과 기능

조성 음악에서 음의 역할은 강력한 위계질서 안에서 규정된다. 조성(Tonality)의 체계는 그 옛날 왕권 사회와 버금가는 수직적 계급 구조를 가지며, 여기서 음의 역할은 서로의 관계를 계산할 수 있는 수학적 의미와 동시에 시대의 역사와 철학을 담은 문학적 의미 또한 함께 내포한다.
조(Key)를 결정하는 음계와 그 음계를 구성하는 음의 각 기능들은 음악의 멜로디와 화성, 리듬 형성에서 서로 간 관계성을 구축한다. 즉 음의 기능은 음(화음)간 서로의 관계에서 더 나아가 음악의 안정과 긴장, 방향성을 이해할 수 있게 하는 하나의 계층 구조를 형성하는 것이다. 때문에 조성에 익숙해지게 되면 꼭 조표나 화성 진행을 알 수 없더라도 음악적 뉘앙스로 어느 정도 조성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조성을 정립하는 각 음들의 기능을 자세히 알아보고자 하는데, 다음의 음의 기능은 화성 어법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해당음을 근음(Root)으로 하여 만들어진 3화음은 그 근음의 역할을 그대로 받아 수행하며 화성적으로 좀 더 심화된 역할도 간단히 소개해보겠다.



Tonic (으뜸음)

계명창: 도 (Do) / 으뜸화음: I


조성(Tonality)은 영어 'Tonality = [Tone + al + ity]' 조합에서 보여주듯 어떤 ‘한 음(Tone)’을 중심으로 구성된 일종의 시스템이다. 한 음이 나머지 음들의 중심점이 되는 체계이며, 중심이 되는 해당 음은 조성의 계급구조에서 가장 큰 안정성을 가지는 음(혹은 그 음을 근음으로 한 화음)이다. 우리는 이 중심음을 'Tonic (으뜸음)'이라 부른다. 장/단음계에서 첫 음으로 시작하는 음이며 해당 조(Key)의 이름을 결정한다. 곧 Tonic은 그 조를 지배하는 절대자로 위치한다.

조성 안에서 거의 대부분의 음악은 항상 Tonic으로 시작하여 Tonic으로 끝이 난다. Tonic은 완전한 이완과 안정의 음이며, 음악의 모든 해결이다.

Tonic을 제외한 다른 음들은 모두 Tonic과의 관계 속에서 정의된다. 이들은 그 목적인 Tonic을 향해 진행되도록 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Tonic-center, 으뜸음 중심체계)



Dominant (딸림음)

계명창: 솔 (Sol) / 딸림화음: V


음계에서 5번째 음으로 Tonic과 '완전 5도' 관계이다. Tonic 다음으로 중요한 음으로써 'Dominant (지배적인)'의 의미를 가진다. 배음에서도 다뤘듯이 완전 5도의 음은 원음과 가까운 음이자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특히 조성 음악에서 Dominant는 조성을 확립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음으로, 완전 5도 관계의 중요성을 더욱 명확히 보여준다. Dominant는 Tonic을 가장 완벽하게 보좌하는 음이다.

음악이 '같음'의 반복으로만 구성된다면 이는 '안정'은 이루지만 '진행'한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름'이 상대해야 흐름이 만들어지며, 음악은 반복과 다름의 균형 속에서 진행된다. 즉 음악의 흐름에는 안정이 있으면 긴장이 있고, 긴장이 있으면 이완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Tonic이 음악에서 안정의 역할이라면, Dominant은 긴장의 역할이다. 특별히 화성적인 기능에서, 딸림화음(V)의 긴장이 으뜸화음(I)으로 해결되는 진행을 통해 조성이 명확하게 확립된다. 즉 Tonic 만이 아닌, Dominant에서 Tonic으로의 진행 안에 두 화음의 관계를 통해 조성을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부분이 바로 '종지(Cadence)'로 드러난다. 종지는 음악 어법상 중간에 휴지를 주어 숨을 고르거나 음악을 마치는 부분으로, Dominant(긴장)에서 Tonic(이완)으로 해결되는 종지는 완전한 안정으로 마무리함과 동시에 음악의 조성을 확립하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음악은 크게 'I-V-I' 구조를 가진다고 할 정도로 Dominant가 음악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매우 큰데, 건축물로 비유했을 때 Tonic과 Dominant는 건물의 가장 중심축이 되는 기둥과 같은 역할로 볼 수 있겠다.

음악 중간에 Tonic과 Dominant를 많이 사용하게 되면 그만큼 조성이 명료해지므로 이러한 음악은 매우 단순하지만 힘이 있으며 강직하다. (화려한 장식이나 세련된 구조는 없지만 기둥을 많이 세워 매우 튼튼한 건물처럼 말이다.) 음악이 피날레로 갈수록 Tonic과 Dominant의 사용이 많아지는 이유도 곡의 클라이맥스를 형성하고, 마지막 서사를 종결하기 위해서 조성을 명확하게 강조하는 것이다. 반대로 곡 중간에 Tonic과 Dominant를 최대한 사용하지 않고, 계속 회피하여 진행한다면 그만큼 음악의 조성이 흐려지고 모호해질 것이다. 이로써 작곡가들은 어떤 기능의 화성을 사용하는가에 따라 음악의 음색을 조절할 수 있다. 점차 조성을 벗어나 다양한 음색을 표현하고자 했던 서양음악의 역사를 따라 어떤 화음들의 사용이 점차 줄어들고, 반면 어떤 화음들이 빈번해졌을지는 대충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Sub-dominant (버금딸림음)

계명창: 파 (Fa) / 버금딸림화음: IV


음계에서 나열된 순서로는 4번째 음이지만 Tonic을 중심으로 보았을 때 Dominant와 대칭점인, 즉 Tonic에서 '완전 5도 아래'의 음으로 'Sub-dominant (버금딸림음)'라는 이름이 붙는다.

Sub-dominant는 Dominant 다음으로 Tonic과 가까운 음으로 여겨지며, Tonic을 Dominant보다 한 단계 아래의 보좌하는 역할을 한다.(I-IV-V-I)

전통적인 조성 음악에서 Tonic, Dominant, Sub-dominant는 '주요 3/주요 3화음'으로 여겨지는데, 이 셋은 Tonic을 중심으로 상,하 완전 5도 관계를 이루며, 자연스러운 조성 진행을 만들어주는 가장 기본적인 구성 형태이다. 즉 주요 3화음만으로도 간단한 음악 구성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화성적으로, Tonic과 Dominant의 중요성에 비해 Sub-dominant는 상대적으로 보조적인 성질을 띤다. 이는 Tonic과 Dominant가 대체할 수 없는 고유한 음색과 역할을 가지는 반면, Sub-dominant는 장/단조에 따라 음색도 달라지고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다른 화음들이 많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는 반음계적 화성이 발전할수록 더욱 다양해진다.)



Leading-tone (이끈음)

계명창: 시 (Si) / 이끈화음: viiº


음계의 가장 마지막음이며, Tonic 이전에 선행하는 음이다. 아래 악보와 같이 음계에서 B는 아래 A와는 온음 관계이지만, 다음 등장하는 C와는 반음 관계를 가진다. 즉 사이의 B음은 Tonic보다 '반음' 아래의 음으로, 상대적으로 더 좁은 이 반음 관계가 Tonic으로 향하게 하는 방향성을 주게 된다. 말 그대로 Leading(인도하는), 반음 위로 이끌어 Tonic으로 상행 해결하는 역할의 'Leading-tone (이끈음)'인 것이다.

특히 화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Leading-tone은 딸림화음(V)의 3음으로, 반음인 '시-도'의 Tonic으로의 진행이 긴장-해결의 종지적 성격을 강하게 가질 수 있게 한다. 음계가 '도레미파솔라시-'에서 끝이 난다면, 다음 도를 외쳐야 할 것 같은 해결되지 않는 불안감이 아직 남아있다.



Mediant (가온음) 

계명창: 미 / 가온화음: iii


음계의 제3음으로 Tonic과 Dominant 사이, 가운데 위치하여 'Mediant (가온음)'라고 부른다. Tonic(도)-Mediant(미)-Dominant(솔)는 으뜸화음을 구성하는 근음-3음-5음이다.



Sub-mediant (버금가온음)

계명창: 라 / 버금가온화음: vi

이름에서 알 수 있듯, Tonic과 Sub-dominant 가운데 위치하여 'Sub-mediant (버금가온음)'이다. Mediant와 대칭을 이룬다.



Supertonic (웃으뜸음)

계명창: 레 / 웃으뜸화음: ii


으뜸음 다음에 오는 윗 음으로 'Supertonic (웃으뜸음)'이라고 한다.

전통적인 화성에서 Supertonic의 역할은 아주 보조적이었다. 하지만 사실 Supertonic은 Dominant를 중심으로 놓고 보면 '완전 5도' 관계의 음으로, 음의 2인자인 Dominant와 가장 가까운 음이 되는 셈이다. 때문에 화성에서 Dominant를 예비하는 역할인 'Pre-Dominant'로써 Supertonic의 중요성은 점차 높아지게 된다.(ii-V-I) 특히 재즈 화성에서 이 'two-five-one' 진행은 재즈 음악의 가장 핵심적인 진행 요소로 여겨진다.



주요 3음 외에 다른 음들도 화성적인 기능 안에서 좀 더 구체적인 역할을 가지고 있지만, 대부분 부수적이고 색채적인 역할이며 여기서는 간단히 소개했다. 최종적인 음의 기능을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Tonic은 'Do(도)', Dominant는 'Sol(솔)'과 같이 위처럼 음계에서 각 음의 역할에 따라 이름을 붙여 부르는 것을 계명창이라고 한다. 음의 기능에 따라 붙여진 이름이기 때문에 각 조에 따라 계명에 붙는 실제 음들이 달라지게 되며, 이 계명창에 사용되는 이름을 '계이름'이라고 한다. 계이름은 고유한 '음이름'과는 다르게, 각 조(Key)에 따른 관계성을 가지는 이름이며, 악보를 읽을 때 음계에 따라 계이름으로 바꿔 부르는 것을 '이동 도법'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F Major에서는 F음이 Tonic이므로 도가 되고, 그 완전 5도 위인 C음이 Dominant이므로 솔, Sub-dominant인 Bb이 파로 불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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