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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끼리 Apr 09. 2024

아픔의 의미

아픈 사람이 마주하는 위험한 기회

아픔은 멈춤이 된다. 사람은 아프기 전에 쉽게 멈추지 않는다. 멈추지 않는 근거는 언제나 '내일 죽을 리가 없다는 것'이다.


미래에 가치를 두는 사람만이 현재에 투자한다. 그 어느 시대보다 바쁜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인지하지 못하거나 인정하기 싫더라도, 어느 정도씩은 미래에 기대를 갖기 때문에 열심히 살아간다. 하지만 열심이 과하여 날마다 고통받고, 미래를 오히려 불투명하게 만들어버리는 경우를 자주 찾아볼 수 있다. 미래가 언젠가 현재가 될 것이라는 생각에 열심히 살기 시작했지만, 정작 미래의 그 순간은 또 다른 현재가 되어 허망하게 소진되어 버린다. 우리들이 투자하는 최종적인 미래는 도대체 어디인가?


아픈 사람은 기능의 상실, 혹은 죽음을 염두에 두고 산다. 가끔은 잊더라도 가끔은 떠올리게 마련이다. 언젠가는 끝이 있다는 한계를 인지하는 것은 현재를 살아가는 것에 큰 도움을 준다. 아픈 사람도 미래를 위해 오늘을 투자한다. 하지만 그 미래는 영영 오지 않을 미래가 아니고, 이에 못지않게 '지금의 순간'이 중요하다는 것도 알게 된다.



누구든지 한 번씩 죽는다. 이는 명확한 사실이고 아프지 않은 사람에게도 모두 해당되는 명제다. 누구든 인생의 끝이 있을 것이 명확하지만 이를 부인하며 살아가는 것이 현대인의 '질병 없는 고통'을 불러일으킨다.


아픔으로서 비로소 멈출 수 있다. 의미 있는 것과 의미 없는 것을 나누어볼 기회가 생긴다. 아픔을 제대로 살아낸다면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아프기 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아름다움이 보이고, 느끼지 못했던 조용함을 마주하게 된다.


살면서 아프지 않을 사람은 없다. 아픔 속에서 의미를 찾아낼 것인지, 그저 견뎌내고 등돌릴 것인지는 아픈 사람에게 선택권이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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