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절된 부부 대화법 5, 어색하더라도

내 스타일이 아닌 전달되어야 메시지가 중요해

by 송다감

수많은 소음이 귀를 스쳐 가기 때문에 상대 말을 듣는 것이 쉬운 일 같지만 앞선 이야기들에서 말했다시피 마음자리를 내어주고 진솔한 리액션을 보여야 하는 경청은 에너지가 많이 쓰이는 일이다.


어쩌면 말하는 것이 듣기보다 간단하다.


그렇다고 말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이유는 스스로 자기 바람과 욕구를 잘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상황 따라 이말 저말 옮겨 다니며 나도 너도 속 터지게 만들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럴 땐 시간을 내어 글을 쓰거나 녹음을 해서 자신의 바람과 욕구가 무엇인지 명확히 정리하고 대화를 시도해도 좋다.


나의 경우 듣기는 어느 정도 되는데 말하기가 잘 되지 않아 주저리주저리 불만만 토로하다 원하는 대화를 이끌어 내지 못 할 때가 많았다. 그래서 언쟁 후 글을 쓰며 내가 왜 언짢았는지 내 바람이 무엇인지 내가 남편을 어떻게 여기고 있는지 내 생각을 적으며 내 생각을 알아낸다. 이렇게 하면 비록 한 박자씩 늦긴 하지만 그래도 쌓이는 것 없이 소통이 원활해진다.


가끔은 정리된 내 생각을 편지로 전달해서 대화를 완성하기도 한다. 불만이 있을 때 미리 적어보고 생각을 정리했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부부가 브리핑하는 관계는 아니니 싸우거나 대화하면서 내 생각을 더 알아보고 정리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내 생각이 정리되었다면 말하는 법은 듣기보다 훨씬 쉽다. 상대에 대한 판단을 내려놓고 내 생각이나 감정만 간략히 전하면 된다.


만약 대화 초반부터 내 말을 끊고 상대가 끼어들었다면 기회를 다시 뺏어오지 말고 경청을 선행한다. 경청 후 들은 바를 확인해 주었는데도 또 말을 끊고 들어 온다면 정중히 내 이야기를 먼저 들어줄 것을 요구하거나 내가 다시 한번 경청해 줄 테니 하고 싶은 이야기 다하고서 내 이야기도 들어달라고 부탁해도 좋다.


최 단시간의 대화로 내 생각과 감정을 상대에게 완벽히 전달하겠다 마음먹으면 안 된다. 앞으로도 대화가 계속 이어질 것을 믿고 하루만큼, 3분만큼, 1분만큼 대화를 이어가야 한다.


나의 경우 남편이 내가 말이 많고 길다 해서 억울해서 눈물이 났었다.


대화가 지금 시작됐는데 말이 길어서 지겹다고 하는 말에 상처 받았지만 요구를 수용해서 최대한 짧게 대화하고 단박에 내 마음을 짧게 요약해서 말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마음이 긴장되고 말문이 막히고 외롭고 힘들었다. 일상의 대화조차 초조하게 브리핑하듯 생각 정리해서 말하는데 말 시작하면 30초도 안지나 내 말이 길어서 못 듣겠다니 억울하고 화가 치밀어 눈물이 차오르고 눈이 부릅떠졌다.


"당신이 시답잖은 일도 주저리주저리 부정적인 어조로 툭툭 거리면서 얘기하면 지루해도 한 참을 다 들어주는데 내 감정 상태 이야기한 지 1분 지났는데 그게 길어서 1초도 시선을 안 주고 못 들어줘요? 당신이 내 회사 상사예요 뭐예요? 얼마나 더 마음 졸여서 요약하고 정리해서 말해야 돼?"


시간이 지나서는 알았다. 남편에게는 내 이야기가 긴 것이 문제가 아니라 부인인 내가 감정을 이야기하면 자신을 질타하거나 책임을 묻는다고 여겨져 두려움이 느껴졌고 나를 외면하는 식으로 불안을 표현하며 나를 1초도 바라볼 수 없는 불쾌감에 사로잡혔던 것이다.


남편은 감정이란 걸 인식하고 살지 않아서 어렵고 힘들고 당황스럽다 보니 자기감정도 외면하고 살았고 아내의 감정도 외면할 수밖에 없없던 것 같다. 그런데 이놈의 아내는 자꾸 감정을 다루려고 해서 어떻게든 회피하고 싶어 화가 먼저 났던 모양이다.


남편의 어려움을 이해하지 못할 때는 나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생각으로 내 생각과 감정을 정리해서 짧게 전달하려는 이상한 짓을 스스로에게 강요하며 그 이상한 짓을 해내려 애썼던 것이다.


그랬던 우리도 이제는 어느 정도 경계심 풀고 생각과 감정을 정리해서 짧게 말해야 하는 상대가 아닌 핑퐁핑퐁 대화 나누며 대화하면서 생각 정리할 수 있는 파트너가 되어가고 있다.





대화를 이어가는 방법을 소개하려 한다.


첫째, 상대의 말, 행동을 있는 그대로 확인한다. (당신 이야기는 ~~~ 하다는 말이지?라고 말이다. 그런데 이때 상대 말을 내 뜻대로 편집해서 말하면 안 되고 그가 쓴 단어를 그대로 들어 들은 바를 확인해야 한다.)

둘째, 정정이 필요하면 확실히 이해한다. (내가 들은 바가 전달한 바와 다르다고 하면 전달하는 단어에 집중해서 그대로 들으려고 노력한다.)

셋째, 내 생각과 감정을 전달하면 된다. (그렇구나. 그럴 수 있지. 나는 ~~~ 이라는 말에 ~~~ 하게 느꼈어. 나는****을 원하기 때문이야.)


처음엔 '하우 아 유, 앤유?' 하는 것처럼 어색하고 어버버 말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상대방이 내가 자신을 이기려고 이러는 게 아니라 더 이해하고 싶고 내가 원하는 나름의 바람이 있다는 걸 전하고 싶을 뿐이라는 걸 알게 된다면 어색한 느낌 정도야 감당할 만하지 않을까 싶다.


중요한 것은 세 번째 단계에서 보통 상대의 말에 답을 주려고 하는데 우리는 보통 대화를 통해 상대에게 답을 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괜한 참견으로 답정너를 건드리면 싸움만 난다. 반드시 내가 이해한 바에 대한 공감을 먼저 나누고 내가 본질적으로 원하는 어려움과 욕구를 남탓없이 전해야 한다.




내 부모가 그렇게 대화하지 않았다고 해서, 내가 그렇게 대화해 본 적이 없다고 해서, 어색하고 이상하다고 해서 대화의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부부 중에 일방적인 희생자가 발생하거나 대화가 길어질수록 외로워지는 경험을 만들 수밖에 없다.


화목한 가정을 원하면서 건강한 대화 방법을 외면하고 남 탓이 뒤범벅된 말을 뱉고 싶은 대로 질러대면 마음의 안식, 오손도손, 도란도란 같은 상태는 저 멀리 별나라 이야기가 된다.


나의 경우 가정을 꾸리고 싶어서 결혼을 했지만 대화 없이 적막할지언정 가정만 꾸리길 원한 게 아니었다. 지지고 볶고 티격태격거리고 아무 말이던 꺼내기만 하면 언쟁이 붙어 만남이 불편하고 두렵고 누군가의 희생을 담보로 하는 가정. 여행을 가도 각자 폰만 들여다보고 오랜만에 만나도 딱히 할 말 없이 의무감만 존재하는 구성원만 있는 당시의 그런 가정을 꾸리고 싶은 게 아니었다.


내가 바라는 가정은 성인이 된 아이들과 친구가 되고 우리 부부는 노부부가 되어 손잡고 걸으며 도란도란 대화 나누는 삶을 사는 가정이었다. 내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어색하고 이상하고 닭살이 돋아도 대화법을 찾고 연습해야만 한다.




다섯 편에 걸쳐 긴 호흡으로 단절된 부부 대화법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왔다.


나와 배우자가 어려서부터 형성한 잠재적 두려움에 대한 상호 이해와 성찰 과정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부터 경청, 공감, 인정, 나 전달법을 통한 건강한 대화법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야기를 했다.


상대가 말을 시작하면 눈을 돌려 바라보고 딴생각 없이, 사족 없이 마음과 시간을 내어 끝까지 듣는 것을 '경청'이라 했다. 온전히 들은 이야기를 확인시켜주는 것을 '공감 혹은 인정'이라 했고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남탓없이 전달하는 것을 '나 전달법'이라고 했다.


건강한 대화법은 경청, 공감, 인정, 나 전달법이 연동될 때 안전한 가정을 만드는 소통의 길을 다질 수 있다. 반드시 기억하고 바르게 소통하려고 노력했으면 한다. 너무너무 낯간지럽고 어색하더라도 말이다.


건강한 대화법의 실천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지만 대화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서 못할 때보다는 대화를 시작하기 조금은 쉬워지지 않았을까 기대해 본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내 마음부터 내가 알아보고 내 어려움을 인정하고 같은 방법으로 배우자의 어려움을 찾아내 위로하면서 바라 보고 판단 없이 듣고 들은 바를 온전히 확인시켜 공감을 전하고 내 감정과 생각을 전달한다.


행복한 부부 사이에 행복한 아이가 자란다.


내 가정을 포함해 행복한 아이가 자라는 가정이 많아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지난 경험과 성찰을 나누었다. 나 역시 여전히 건강한 대화법을 실천하면서 어색한 말문을 열고 어느 결에 목소리를 높였다가 화해를 했다가 정신이 오락가락하며 난리도 아니지만 조금씩 성장하는 나의 가정이 만족스럽고 내가 자랑스럽다.


이 세상에 유일한 자신과 유일한 배우자를 조금씩 알아가며 치유의 시간을 맞이 하길, 기존의 소통 방식과 다른 어색하고 불편한 방법을 익혀보겠다 결심하고 끝끝내 안전한 가정을 누리게 되길 소망한다.


그리고 앞으로도 싸우고 화해하며 아슬아슬 앞으로 나아갈 막막한 시간에 미리 응원을 보낸다. 설령 결국 지금의 가정이 깨지더라도 너도 모르고 나도 모르는 오만 감정이 뒤엉킨 채 마음이 부서지지만 않으면 또 다른 행복은 찾기 나름이니 괜한 두려움 떨치고 진솔한 대화가 있는 진솔한 삶을 선택하는 용기 내보면 좋겠다.


우리는 지금 이대로 아무 문제없다. 결혼했다면 누구나 건너가야만 하는 터널을 걷고 있을 뿐이다. 잘하고 있다. 우리는 결국, 끝끝내 안전한 가정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아자!









단절된 부부 대화법을 5편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가족 이야기로 만나요^^



* 이제 9년 차 부부로써 암흑의 시간을 무사히 건너온 새내기지만 지난 경험에 비추어 부부의 대화가 단절되면 그때부터는 이혼하냐 마냐를 넘어 안전한 가정을 누리고 싶은 바람이 속수무책으로 깨져버린다는 사실을 후배 부부들에게 알려주고 힘든 시기 잘 지나오도록 응원하고 싶어서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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