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 이기기 vs 신뢰 다지기
'에라이 까짓것, 너아니면 못사냐?'
포기 하고 싶을 때도 많다. 하지만 싸워서라도 우리 부부의 새로운 질서를 만들려는 시도는 너무 두렵고 불안하지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최고의 이득을 남긴다. 그건 바로 나와 내 아이들이 숨통 트이는 친구 같은 가정을 누릴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불통, 회피, 불만의 기운이 맴도는 아슬아슬한 가정이 아닌 가족 누구라도 자기 의견과 요구를 전할 수 있는 평등하고 자율적인 가정을 나도 누리고 내 아이들도 누리고 내가 언젠가 사랑했던 그 사람도 함께 누릴 수있게 된다.
부부의 단절된 대화에 물고를 트는 일은 민주주의를 일궈내는 투쟁과도 비슷한 것 같다. 당장은 피를 보지만 미래 가치가 훨씬 커서 우리의 다음 세대는 나의 엄마 아빠보다 그리고 지금 우리 부부보다 혁신적으로 성숙하고 가치 있는 삶을 살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부부 대화를 포기하지 않았을 때의 좋은 점을 떠올림에도 불구하고 배우자와 말을 섞는다는 상상 만으로도 뒷골이 당기고 가슴이 막혀올지도 모른다. 나도 모르게 눈이 감기고 한 숨이 깊어 질지도 모른다. 나도 그랬었다.
하지만 싫다고 외면하다 보면 부부간 대화의 단절은 점점 굳고 단단해져서 인력으로 회복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으니 아직 뒷골 당기는 수준이라면 가족 소멸의 두려움을 이겨내고 싸움으로 번질 수 있는 대화를 차분히 시도해 봤으면 한다.
막 말로 이대로 이혼하게 되나 부딪혀 보고 이혼 하나 다를 것 없다고 생각하면 최악의 경우를 염두하고 내 가정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최선의 노력을 해보는 쪽으로 용기를 낼 수 있을지 모른다.
싸움으로 끝날지 모를 대화이기에 대화의 핵심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서로 다름 그리고 상대의 욕구를 수용하는 자세를 취할 준비가 되었으면 내 감정, 욕구, 바람을 스스로 알고 그것을 이야기 해야한다.
대화의 시작은 배우자에게 단절된 대화의 심각성을 전하고 안전한 가정을 일구고 싶다는 절실한 바램을 전달하는 것으로 시작해도 좋다. 내가 수용하고 인정 할 수있는 작은 단위의 문제부터 그에 대한 내 욕구와 바램을 전하는 것도 좋다.
대화에 들어가서 가장 주의할 점이 있다.
부부에게 대화는 정말 정말 중요하지만 대화는 대화일 뿐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대화의 능력을 과신해서 대화로써 부부가 하나 되고 매사에 생각이 통하길 기대하면 안 된다.
왜냐하면 아무리 부부라해도 인생은 어차피 각자도생이다. 대화를 한다고 관계 속에서 완전한 만족을 얻을 순 없다. 대화는 그저 서로의 마음이 온전하게 지나다닐 수 있는 안전한 길을 다질 뿐다. 돈 벌고, 살림하고, 이념을 세우고, 원하는 삶을 꾸려가는 것은 각자 자기 삶 안에서 지지고 볶으며 각자 노력하고 나름의 살길을 찾아야 한다.
부부는 단지 같은 가정을 공유할 뿐 각자 도생 한다고 인정하지 못하면 안전한 가정의 무난한 소통의 길이 열리는게 아니라 궁극의 대화를 찾는 수렁으로 빠져들면서 당연하게도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열심히 살아가는 것에 불만을 쌓고 또 다른 상처를 만들 수 있다.
언어적이고 맥락적인 성향이 짙은 아내들은 부부간에 대화가 잘 통하는 것에 더 집착하기 쉽기 때문에 부부가 각자 도생 하는 가운데 내 삶에 영향력이 가장 큰 타인과의 연결 고리를 안전하게 한다는 정도로 대화를 인식하는게 좋다.
대화로써 안전한 가정을 만드는 방법을 간략히 정리하자면
내가 너를 그대로 인정한다는 마음
내 감정과 바람을 내 입을 통해 말로 전달하는 용기
대화를 통해 자기 뜻을 모두 이룰 수는 없다는 것을 아는 지혜라고 할 수있다.
대화의 목적은 신뢰를 만드는 것이다.
대화가 시작되더라도 태도, 입장의 변화, 노력의 정도는 각자 필요하다고 느끼는 만큼 서로 다른 속도로 조금씩 바뀌어 갈 것이고 뭔가 딱딱 맞지 않아 답답하고 꾀나 언짢을 수 있다. 그래도 그 변화의 과정 속에 신뢰의 끈을 단단히 만들 수 있는 방법 또한 안전한 대화라는걸 기억했으면 한다.
가족의 운명을 자기 어깨에만 짊어지고 혼자 노력하지 말고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막막한 이 과정이 결국 나와 우리 가정을 성장시킬 거라는 긍정적이고 확고한 기대를 안고 노력해보면 좋겠다.
만약 대화의 역할과 방법을 잘못 알고 오직 말싸움에서 이기고 싶다거나 우리 가정에 우두머리를 내가 차지하겠다고 다짐하고 대화에 덤벼들면 안전한 가정의 꿈은 낙장불입, 나가리, 자폭이 될 수 있다.
다음 편 : 단절된 부부 대화법4. 나의 태도 살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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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9년 차 부부로써 암흑의 시간을 무사히 건너온 새내기지만 지난 경험에 비추어 부부의 대화가 단절되면 그때부터는 이혼하냐 마냐를 넘어 안전한 가정을 누리고 싶은 바람이 속수무책으로 깨져버린다는 사실을 후배 부부들에게 알려주고 힘든 시기 잘 지나오도록 응원하고 싶어서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