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의 시작은 듣기, 경청과 공감
만약 가족 소멸의 두려움을 이겨내고 안전한 가정을 누리 싶어 부부간에 대화를 시도하고 싶지만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다면 대화 방법을 배워야 한다. 건강한 대화법 말이다.
건강한 대화 방법은 배우자와 대화 중 생각이 부딪혀 길을 잃을 때 서로 다름을 중재할 만한 기준으로 활용해도 좋다. 혹시 건강한 대화 방법을 모른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어른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어서 아래와 같이 자녀들에게 집중적으로 가르친다.
'엄마 말하고 있는 거 들리니? 엄마 봐. 엄마가 지금 뭐라고 했어?'
'가만있지 말고 다른 생각이 있으면 말을 해라.'
'엄마가 먼저 말하고 있잖아. 말 끝나고 이야기해.'
아직 어린 자녀는 대화법을 잘 몰라서 부모들은 답답한 나머지 잔소리처럼 지겹게 매일 가르쳐 주고 있다.
아이에게 잔소리하는 우리의 가르침은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누군가 이야기를 하면 몸과 눈을 돌려 쳐다봐야 한다.
상대가 말하는 대로 듣고 내용을 이해해야 한다.
생각이 서로 다를 때는 언어로써 자기 생각을 잘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누군가 말을 하면 우선은 끝까지 들어야 한다.
아이는 아직 어려 소통 방법을 모르니 배우고 있고 우리는 대화법을 알기 때문에 가르치는 것이다. 대화 규칙을 지켜야만 인간으로서 안전하고 온전하고 가치 있게 살아갈 수 있음을 잘 알기 때문에 우리는 잔소리가 될지언정 위의 가르침을 반복하고 있다고 추측해 본다.
건강한 대화법을 잘 알고 입에 달고 있는 우리 어른들은 그냥 실천만 하면 된다.
'눈을 돌려 상대를 바라보고 있는 그대로 끝까지 듣고 자신의 입장과 생각을 언어로 전달하자'
편안하고 기분 좋은 대화를 나누고 싶다면 서로의 약점을 찾아 공격하거나 내가 다 아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알려 우위를 차지하려는 등의 마음을 내려놓고 '경청'해야 한다.
경청이란 눈을 돌려 상대에게 나의 시간을 온전히 내주는 일이다. 상대 말을 끊지 말고 딴생각에 빠지지도 말고 시간과 관심을 온전히 내어 주어야 경청이다.
상대에게 집중해서 바라보고 들어 보고자 하지만 대화가 잘 안 풀릴 때는 자기 자신에게서 세 가지를 점검해야 한다.
첫째, 혹시 나의 자세나 눈빛 혹은 표정이 온전치 못한 지 살피는 것이다. 혹시 언짢은 중이라면 대화를 잘해보려는 의지와는 다르게 팔짱을 끼고 째려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상대의 반응도 온화할 수가 없다.
둘째, 눈과 귀는 내주었지만 머릿속은 내 생각, 내 입장에 빠져 듣기보다 마음속으로 자기 말만 하고 있지 않은지 확인해 봐야 한다. 눈동자와 말할 기회만 내어주고 마음을 내어주지 않으면 상대는 귀신같이 안다.
셋째, 내가 내 감정과 생각을 생각으로만 하고 있고 언어로 전달을 못하고 있는지 돌이켜 봐야 한다.
생각을 전달하는 것은 경청과 상관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절대 그렇지가 않다. 상대가 내 말을 듣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해 준다는 것은 내 말이 상대에게 온전히 전달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고 상대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다는 상호 작용을 경험하게 하기 때문에 경청하고 있다는 중요한 신호이다.
내 남편도 내가 말을 하면 대꾸를 하지 않아 왜 말이 없냐고 하면 '다 들었다'라고 말해서 속이 뒤집힐 때가 많다. 들은 바를 확인하거나 끄덕이는 행동이 공감이라고 말을 해줘도 '공감이 뭔지 모르겠다'일관하는 심지가 굳은 분이다.
아무튼 경청이 바로 그 어렵다는 공감이다. 만약 본인이 위의 세 가지를 지키지 못하고 있었다면 머리로는 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지만 공감의 자세를 갖추지 못해서 대화의 끝이 늘 불편했던 것이다.
공감을 어렵게 느낄 수도 있지만 동의와는 다르다는 것을 알면 조금은 쉬워진다. 공감은 동의와 정 반대다. 동의는 상대와 뜻을 같이 하는 것이지만 공감은 '너는 그렇다는 거구나'라고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다.
공감은 동의가 아니기 때문에 자기 본심을 숨기고 생각을 고쳐먹고 상대에게 맞춰 호응할 필요가 없다. 그저 온화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무슨 말인가 들어줄 마음자리를 내어주는 것, 들은 이야기에 그렇구나 호응을 보이며 진솔하게 욕구를 전할 수 있으면 그것이 공감이다.
지난 이야기 편을 지나오며 내 바람과 욕구를 스스로 알아차리고 전달하려는 태도를 통해 안전한 가정을 만들기 위한 대화의 물고를 텄고 부부 각자에게 이미 잠재된 불안을 알아차리고 해소하는 과정을 거쳐왔다. 이제 공감의 자세가 더해진다면 단절된 부부의 대화는 싸움의 끝자락에 다다랐다고 봐도 될 것 같다.
단절된 부부 대화법 5. 어색하더라도
https://brunch.co.kr/@lovingsong/120
* 이제 9년 차 부부로써 암흑의 시간을 무사히 건너온 새내기지만 지난 경험에 비추어 부부의 대화가 단절되면 그때부터는 이혼하냐 마냐를 넘어 안전한 가정을 누리고 싶은 바람이 속수무책으로 깨져버린다는 사실을 후배 부부들에게 알려주고 힘든 시기 잘 지나오도록 응원하고 싶어서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