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이두렵다고 외면하다보면 끝나요.
1. 나와 맞지 않는 배우자와 언제까지 함께 살 수 있을지 고르시오?
1) 열 받으면 곧바로 그만 산다.
2) 하는데 까지 해보고 이혼한다.
3) 아이들 클 때까지만 같이 산다.
4) 그래도 함께 사는 게 났다.
5) 살게 되면 살고 말게 되면 만다.
배우자와 언쟁이 있고 나면 이혼이라는 단어가 차올라 목구멍이 막힐 때가 있다. 그러던 중 문뜩 위의 문제를 떠올려 봤다. 하나만 고르기 정말 어려운 질문이지만 결국은 하나만 고르게 되는 문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나는 5번으로 정했다.
사람마다 결혼을 선택한 이유는 각자 다를 것이다. 알콩달콩 사랑하는 마음을 더 오래 이어가고 싶어서, 2세를 낳고 가정을 꾸리고 싶어서, 남들 하니까 해야 할 것 같아서, 너는 내 운명 등등.
나의 경우 내 가정을 꾸리고 싶었다. 나에게 늘 반짝이는 눈빛을 보내고 다른 사람에게는 불친절해도 나에게만은 포용적인 그와 함께 응원받는 삶을 살고 싶었다. 그런데 결혼을 하고 나니 남편 눈의 반짝임이 차츰 사라지더니 내가 점점 가족이 되어 가면서 포용과 응원도 사라지고 남편이 다른 사람에게 보이던 불친절이 이제는 내 것이 되었다.
엄마가 결혼 전에 말씀하셨었다. 남자는 결혼하면 콩깍지 벗겨지면서 제정신이 돌아오는 거니 변하는 게 아니라 제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이다. 결혼 전 남편에게 이 말을 전했을 때 남편은 '장모님이 나를 경험해 보지 않아서 모르시는 소리다'라고 말했었다. 요즘 물어보면 이런 대화를 했다는 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속이 터지지만 욕할 일만은 아니다. 엄마 말대로 마법이 풀린 것뿐이니. 단지 '달콤했던 연애시절 기억들과 어떻게 작별할 것인가!' 하는 나만의 과제가 남았을 뿐이다.
어쩌다 이런 인간을 만나서 나만 이러고 사나 싶지만 TV 프로그램 '동치미'나 '1호가 될 수 없어' 같은 것을 보면 대부분의 부부가 비슷한 문제와 패턴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 같긴 하다. 우리 집 주방에서 우리 부부가 날카롭게 나눈 대화가 연예인의 입에서도 나올 때는 너무 공감돼서 신기하고 재미가 있다.
우리 집이나 남의 집이나 남자들은 주로 집안 물건을 못 찾거나 공감능력이 매우 떨어지는 주제(?)에 문제와 답만 제시하려는 게 문제고 여자들은 주로 암암리에 주도면밀하게 지(?) 뜻대로만 하려고 하면서 매사에 자기 합리화하면서 말 발로 상황을 제압하려는 것이 문제인 것 같다.
부부관계의 어려움을 말하면 많이들 말한다.
부부는 남편과 아내, 남과 여를 떠나서도 인간으로서 '그냥 서로 다르다'고 말이다. 다른 기질을 가지고 태어나 다른 환경 속에 다른 경험을 쌓으며 살았기 때문에 서로 다르고 맞지 않는 건 정말 당연한 일이다. 자연스럽게 이런 조언도 듣게 된다. '부부는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참고 서로 이해하며 살아야 한다'라고 말이다.
지당한 말씀이지만 주례사로 들었더 그 말을 따르려다 죽다 살아난 나로써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결혼 초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지혜로운 엄마이자 아내가 되고 싶어서 이해되지 않는 남편 행동을 사랑으로 받아주고 맞춰 주리라 다짐했었다. 하지만 내게 남은 것은 오직 쪼그라든 자존감과 불쾌감 뿐이었다.
그리고 알게됐다. 나는 남편으로부터 이득을 남겨야 하는 서비스맨도 아니고 그의 엄마도 아니고 신도 아니라는 사실을. 행복한 가정과 한 사람의 희생은 전혀 매치가 되지 않는 말이다.
다시 말하지만 부부는 서로를 향해 잘 참는 다고 능사가 아니다. 그리고 참는 것이 이해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내가 말로 하면 상대에게 먹히는지 내가 포기해야 하는지, 배우자가 하는 말을 받아들이고 바꿔서 행동해 보고 해 볼 만 한지 안 되겠는지, 한 번 부딪혀야 하는지 열 번 부딪혀야 하는지, 참지 말고 있는 그대로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경험해야만 부부는 서로의 다름은 인식할 수 있고 결국 인정해 줄 수가 있게 된다.
나를 표현하고, 상대를 이해하고,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일련의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운전면허 자격증 따는 것처럼 혼자서 잘하면 안전한 가정으로 띵동 하고 넘어오는 것은 아니지만 서로 다름을 드러내고 부딪히고 노력하면서 불쾌하고 불안하고 속상하고 불편한 마찰을 버텨내야 새로운 가정에 걸맞은 새로운 질서를 만들 수가 있다.
이 상황을 다르게 말하자면 서로 싸우고 상처를 주고받는 과정이 크게 잘못된 과정이 아니라는 것이다. 새로운 가정이 만들어 지는 과정에서 당연히 거쳐야 하고 무사히 건너가길 바래야 할 자연스러운 인생길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면 지금을 버틸 힘이 생긴다.
처음에는 독립운동가처럼 나의 희생을 통해 안전한 가정을 어떻게 만들어 보려고하다가 결국 기울어진 소통방식에 짖눌려 어디서 부터 어떻게 말해야 할지 막막해지고 대화의 내용보다 말 한마디를 서로 지지 않으려는 자존심 싸움에 집중하게 되면서 서로를 생각하는 것 만으로 갑갑하고 벗어나고 싶어질 수 있다.
비록 싸움일지언정 그것은 대화의 다른 모습이고 가정을 이어갈 수있는 실마리이다. 내 아이와 나 그리고 내 로멘스 추억에도 등장하는 지금의 배우자가 안전한 가정을 만들기 위해서는 싸울지언정 언짢음이 침묵으로 이어지는 것은 반드시 막아야만 한다.
다음 편 : 단절된 부부 대화법 2, 생각 바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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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9년 차 부부로써 암흑의 시간을 무사히 건너온 새내기지만 지난 경험에 비추어 부부 대화 단절의 위험성을 말하고 싶었어요. 부부 대화가 단절되면 이혼하냐 마냐를 넘어 안전한 가정을 누리고 싶은 생존적 바람이 속수무책으로 깨져버린다는 걸 신혼 부부들에게 알려주고 힘든 시기 잘 지나오도록 응원하고 싶어서 짧은 경험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