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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다감 Mar 19. 2022

대범한 3월의 눈

개구리야 괜찮니?

3월 중순이 되자 북방산 개구리들이 산에서 떼 지어 내려와 밤낮으로 울어대며 작은 웅덩이에 알을 까기 시작했다. 개구리 소리에 취해 따스한 봄의 활기가 마음 깊이 차올랐다.



2022년 3월 19일

아침에 고요히 명상을 하는데 빗물받이에서 팅팅팅 물소리가 난다.

'봄비가 왔구나' 마음까지 촉촉이 젖어들었다.


명상을 마치고 밖으로 나와 창을 보는데, 허걱... 창 밖은 겨우내 보지 못한 설경이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가볍고도 묵직한 젖은 눈이 사르르르 내려앉아 나뭇가지 하나하나 전깃줄까지 소복이 쌓여 있었다. 



눈이 멈추지 않고 하염없이 쏟아져 이 세상은 넘치는 절경이 되었는데 하얀 눈은 그러든 말든 하염없이 내리기만 해서 화면 속 반복 영상 같지만 나뭇가지에 쌓인 눈이 무거워져서 한 덩이씩 쏟아지는 덕분에 반복 영상이 아님을 실감한다.


눈치도 없고 목적도 없고 기대도 없고 책임도 없이 하늘과 땅을 가득 채운 눈, 대범하기 그지없다.

순간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붙잡고 싶고 갖고 싶어서 싱숭생숭 펄떡이는 내 눈, 옹색하기 짝이 없다.



의도 없이 그대로 장엄하고 아름운 자연 속에 설레는 나 역시 자연이라고 연을 갖다 붙이며 위로해 보지만

내 눈이 자꾸 창밖을 향해 경의를 표하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웅덩이에 모여 짝을 찾아 목청껏 노래하던 개구리들도 경이로움에 빠진 건지 어떻게 된 건지 아무 소리가 없다. 다시 따스한 3월의 햇살이 내려와 눈이 녹으면 개구리들이 별일 없이 다시 사랑 노래 부르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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