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진화하는 시대를 사는 주부의 단상
어린 시절에 1억이면 부의 상징 정도 되는 큰돈이었는데 세월이 흘러 집 값이 천정부지로 올라 10억 도 우스워졌다. 물가도 숨 가쁘게 올라 별 사치 없이 지내는데도 네 식구 한 달 카드값만 300만 원이 우습게 나간다. 뉴스나 주변 사람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나는 넘보지도 못할 자산을 대출과 투자를 통해 치열하게 불리고 있는 듯 보인다.
세상은 마치 차원이 다른 전쟁이 한창인 것 같고 시골살이하며 교류 없이 평화롭게 지내던 시절 경력단절 주부로서 느끼는 감정은 마치 우주 전쟁을 관람하는 캡슐 속 생존자 같은 기분이었다.
안전한 캡슐 안이 한 편으론 갑갑하기도 하지만 그 안에서 나름의 의미를 찾아 잘 살고 있노라면 창 밖의 우주 전쟁 광경이 낯설고 살벌하고 또 한 편 경이롭게 느껴졌다. 현란한 우주 전쟁 속에 나를 태운 캡슐이 언제 격추될지 모른다는 불안과 함께 추진 기를 어떻게 작동시켜 어디로 달아나야 할지 모르는 막막함 때문에 평안 뒤에는 불안과 초조가 그림자처럼 붙어 있었다.
우주 전쟁 상황에서 나름의 캡슐 덕에 여전히 생존했음에 만족하고 유유히 떠가는 느낌.. 약간은 공포에 가까운 느낌이다.
우주 생존자로서 캡슐 속에서 IOT, VR, AR, P2E, A.I, NFT, 블록체인, 가상화폐, 메타버스, 사물인터넷, 6G, 서비스 로봇, 자율주행, 변종 바이러스 등등의 새로운 시대의 개념을 이해하다 보면 나는 지구에서 뛰어다니며 땅 파고 물 기르는 것 밖에 모르는데 공기도 없는 광활한 우주 전쟁에서 멋지게 살아남을 전략을 세우고 방어 체계를 정비하고 목적지를 정하는 것 같은 상황에 압도돼서 나는 도저히 해낼 수 없을 것처럼 여겨졌다.
머리가 너무 복잡해지다 보면 '그냥 행복하게 떠다니다 어떤 이유로든 그냥 그렇게 가면 되지 않을까' 생각 들기도 하고 그래도 마음 한편에서는 이왕 생존했으니 극단적인 현실을 직시하고 정신 바짝 차려서 민첩하게 판단하고 실패를 양식 삼아 치열하게 성장해서 나름의 목적지를 정하고 추진 기를 작동시켜 광활한 우주를 거침없이 날고 싶기도 했다.
정신 차려보니 어느덧 나의 평안한 캡슐이었던 시골살이를 정리하고 도시로 나와 대출금 갚으려 식당 알바를 뛰며 나름의 추진 기를 작동시키는 전투기에 탑승해 있다. 여전히 내가 떠있는 우주도 잘 모르고 전투력도 미약하지만 더 이상 단지 떠다니기만 하는 게 아닌 노력 한다는데 의의를 두기로 했다.
내일 지구가 멸망해도 사과나무를 심는다고 했듯 나는 내일 내 전투기가 격추당한대도 벌고 쓰고(글) 배우는 일을 계속하겠다.